오늘이 지나면 언제 다시 진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순간순간이,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도 같이 느껴집니다.
묘지 특유의 축축한 흙내음이 예민한 당신의 코를 간지럽힙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진이 묻힌 그 자리에 가까워집니다.
진 신위에:-... 날 찾아왔어?
첸바오 하이:진, 진...
하이가 진이 묻힌 곳에 완전히 다다르기도 전,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첸바오 하이:진...(표정이 밝아지며 그립고 그리웠던,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게 계속해서 되새기던 목소리에 그 방향으로 바로 뛰어가며 다가간다.)
진 신위에:('누군가'의 묘비에 앉아, 뛰어오는 하이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무언가 힘이 없는 듯, 혹은 넋을 놓은 것처럼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나.)
첸바오 하이:...진?
(가까이 다가가 그 앞에 반무릎 꿇고 앉아 그의 손을 쥐고 올려본다.) 진.
진을 살피는 하이,
관찰 다이스.
첸바오 하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칠흑 같이 검은 상복을 입은 진의 낯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창백해보입니다. 품 안에는 한 무더기의 꽃다발이 들려있었습니다.
마치, 5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관 속에 누워있던 그의 모습 그대로.
첸바오 하이:진.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부르고 창백한 얼굴을 바라본다. 잡고 있는 손에서 체온이 느껴지나?)
진 신위에:(손이 이상하리만치 차가워서, 원치 않더라도 진이 죽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하이와 눈을 마주하지만, 그 시선에 담기는 건 없어보였다.)
그래.
그런데 너, ...
첸바오 하이:아...
진 신위에:나를 알아?
첸바오 하이:(차가운 손이 아직 그가 죽어있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손을 감싸쥔 채 바라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눈을 느릿히 깜빡인다.)
(조금 멍하니 바라보다 부드럽게 웃는다.) 그럼. 알지.
나는 너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하지.
진 신위에:... ... 네 목소리는 익숙해.
매일 들었거든.
첸바오 하이:그래. 매일 말했거든.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 했으나,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진이라니.
그래도, 그래도 오늘 이 만남은 소중합니다. 게다가 그떄와 달리 지금 이 묘지에 있는 건, 당신과 진 뿐. 두 사람을 방해할 이는 없으니.
...
그런데, 방해라니.
누가?
진을 마주한 첸바오 하이,
정신력 다이스.
첸바오 하이: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뭔가 머리 속이 뿌옇다.)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긴 진과, 그런 진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무언가에 붙잡혀 다가가지 못하는 하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건 대체 무슨 기억이죠?
하이, 이성 체크. (0/1)
첸바오 하이: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희미한 기억이 자꾸만 머리를 헤집어놓습니다. 중요한 건 그따위 기억이 아닌데, 내 눈 앞에는 진이 있는데.
첸바오 하이:(뭔가 보고싶지 않은게, 스쳐지나갔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게..)
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걸까요?
첸바오 하이:(눈가가 씰룩이지만 티내지않으려고 한다.)
진 신위에:(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작게 한숨을 쉰다. 죽었던 그에게 호흡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살아생전의 버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너는 누구지?
첸바오 하이:..나는. 하이. 첸바오 하이. 그러니까..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우리의 관계를.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의 손을 자신의 양 뺨에 댄다.)
..네가 키우던 개야.
진 신위에:-... (예전 같더라면 장난을 하지 말라며 질겁하거나, 독특한 그가 가진 반응을 보였겠지만. 지금의 진은 부드럽게 구각을 올리며 엄지로 하이의 눈가와 뺨을 쓸어주었다.) 첸바오 하이. 내가 키우던 개였어?
첸바오 하이:(그의 반응이 전과는 다르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표정을 짓자 묘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어쩌면 그의 기억이 없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어쩌면.) ...
.....(생각하기를 잠시, 결정은 그보다 빠르게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고 부드럽게 웃는다.) 맞아. 네가 키우던 개. 아주 좋아하고.. 사랑하던 개.
진 신위에:(진은 어떠한 말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하이, 내가 키우던 개. 내가 사랑하던 개. 그의 말을 되읊으며 손을 들어 하이의 뺨을 지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 뿐.) 그래서 보고싶었어?
널 두고 가서?
첸바오 하이:....(그의 표정이나 행동이 낯설다. 정말 그라면 이렇게 했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지금만큼은 그가 자신에게 보이는 호의가 기쁘기 그지없다. 이걸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그의 말에, 다정함에, 손길에 눈을 감고 얌전히. 정말 그의 개인 것처럼 앉아 얌전히 기다리다 낮게 수긍하듯 응한다.)
날 두고 가서.. 아니. 그냥 계속 항상.. 항상 보고싶었어. 보고싶었습니다.
진 신위에:저 아래에서 매일 네가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지. (그리고 진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앉은 [누군가의 묘비]를 바라본다.)
첸바오 하이:(그 묘비에 시선이 옮겨간다. 누구의 묘비지.)
첸바오 하이, 당신의 발걸음이 언제나 멈췄던 곳. 그 묘비에는 '진 신위에'의 이름이 분명하게 적혀있습니다.
첸바오 하이:.......
다만 흙이 파헤쳐져 관이 나와있고, 그 관에는 있어야할 시신이 없다는 점과,
첸바오 하이:(왜 죽었는지.. 물어봐야할까)
시신 대신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는 점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이 관은, 분명 진이 누워있던 관이 아니었던가요.
진 신위에:... 내가 걸어온 곳이지. 가보겠어?
첸바오 하이:.......?
(왜 여기에 이런게. 하고 물어보고싶지만 바로 들리는 목소리에 진을 쳐다본다.)
.....여기에서 올라온거야? 아니.. 겁니까?
진 신위에:(재회했을 적부터, 지금까지 감정을 보이지 않던 인형 같은 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도 역시 평온해보이지 않는가. 그저 계단 아래 어드메를 가만히 주시하고 있었다.) 저기서 지냈지.
첸바오 하이:......(그를 바라보다 몸을 세우고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매만져보고 눈을 바라본다.) 내가 가길 바랍니까.
진 신위에:네가 가지 않는다면, 혼자라도 가야해. (하이의 손에 고개를 기대었던 것도 잠시, 앉아있던 묘비에서 몸을 일으킨다. 몸에 힘을 주는 것조차 모르는 듯한 갓난이처럼, 그의 움직임은 비틀거리고 위태롭다.)
첸바오 하이:(바로 그의 몸을 잡아 지탱한다.) 혼자 못보내.
하릴없이 끌려오는 진을 보던 하이,
정신력 다이스.
첸바오 하이:.......같이가겠습니다. (그의 허리를 안아 제게 기대게 하고 바라본다.)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창문을 두드리던 비의 소리.
실 풀린 인형처럼 누워있던,
...
첸바오 하이, 이성 체크.
첸바오 하이: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자꾸 자신이 모르는 기억의 편린이 부유할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 두통도 들고 이게 다 뭐지... 무슨. 자신의 기억엔 없는데 왜.)
대체 무슨 기억인지, 떠올리려해도 떠올릴 수 없는 것들에 두통이 입니다. 이성 -1.
진 신위에:안 갈 거야? (하이의 품에서, 그에게 기댄 진이 하이를 올려다본다.)
첸바오 하이:...아.
가야지. 가겠습니다. (그를 안아들어 제게 기대게 한 채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어두운 공간 속, 계단만이 길게 이어져있습니다.
카펫 깔린 계단이 발에 닿는 느낌은 하이에게도 익숙합니다.
첸바오 하이:.....(내가 여기에 온 적이 있었나..?)
으레, 진의 집에 놓였던 계단도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관 밑에 이런 계단이?
의문을 갖는 하이에게도 신경쓰지 않고, 진은 그저 걸어내려갈 뿐입니다.
...
...
한참을 그렇게 내려가다보면,
묘지 아래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한 극장이 보입니다.
첸바오 하이:....극장?
...
그런데, 하이.
진은 어디있죠?
첸바오 하이:....?
(품 안을 본다.)
분명 품 안에 잘 두었던 진이 어느덧 사라져있습니다.
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첸바오 하이:...진?
진. (급하게 진을 찾아 둘러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무대]와 [객석], [복층 위의 객석]이 놓여있는 극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첸바오 하이:(복층 위의 객석으로 뛰어올라가서 살펴본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 간격이나 형태에 있어 고급진 느낌의 객석입니다. 박스석도 있군요.
복층 위의 객석을 살펴보는 하이,
관찰 다이스.
첸바오 하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비어있어야할 박스석 하나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첸바오 하이:(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냄새든 뭐든...)
(그러다 인기척을 좇아 들어간다.)
분명 누군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이가 가까이 다가간 순간 그 모습을 감춥니다.
첸바오 하이:.....
어디.. 어디로. (둘러본다.)
인기척의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무대]외 [객석]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첸바오 하이:(객석들을 내려본다.)
무대를 반원형으로 둘러싼 객석입니다.
젖은 내음이 강하게 풍겨옵니다.
첸바오 하이:(무슨..?)
마치, 무덤가에서 나는 것과 같은 냄새. 그러나 이곳에서도 역시나 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첸바오 하이:(불안함이 엄습한다. 다시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얼마나.. 얼마나 기다리고 얼마나.)
(무대를 급히 살펴본다.)
하이는 무대로 향합니다.
객석 맞은 편에 위치한 커다란 무대는, 아직 공연 전인지 붉은 커튼으로 가로막혀있습니다.
그 순간,
커튼이 열립니다.
커튼이 열리며 보이는 것은 꾸며진 무대장치 위의 진입니다.
첸바오 하이:.....진?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을 채 감추지도 못하고 올려본다.)
천장에서부터 눈 부신 스포트라이트 빛이 쏟아져, 하이와 진을 비춥니다.
이 극의 주인공은 하이와 진인 걸까요?
첸바오 하이:(이게 뭐지? 손으로 조명을 가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올려본다.)
진 신위에:하이, 올라와.
첸바오 하이:........?
진 신위에:(진은 하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첸바오 하이:(이게 무슨, 하고 물으려다 제게 내밀어진 손에 입을 다문다.)
.....(손을 잡고 결국 무대로 올라간다.)
진 신위에:우리는 연극을 해야해.
첸바오 하이:.....갑자기 말입니까.
진 신위에:그래.
첸바오 하이:...무슨?
진 신위에:그건 네가 더 잘 알겠지.
진의 목소리를 듣던 하이,
듣기 다이스.
첸바오 하이: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제가 뭘 압니까.
전과는 달리, 무언가 억눌리고 강한 감정이 실린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무엇인지 하이는 알 수 없었습니다.
첸바오 하이:......대체.
진이 대답을 하기도 전,
커튼이 걷히며 무대의 세트장이 변합니다.
여기는,
첸바오 하이:..?(인상을 쓴 채 세트장을 본다.)
지하실.
첸바오 하이:.........
진과 하이가 처음 마주했던 곳입니다.
이때의 진은, 하이에게 적대적이지 않았었습니다. 분명히.
첸바오 하이:(눈이 조금 커지며 인간의 것이 아닌 금빛이 조금 서렸다가 자취를 감춘다.)
진:뭐, 너도 상황은 알겠지만 말이다... 널 데려온 놈들이 다시 데려가기 전까지는 같이 살게 됐는데.
서로 불편한 일은 만들지 말자고. 며칠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첸바오 하이:......
진:그냥 더럽게 좁고 불편한 여관에서 잠깐 지낸다고 생각해. 식사는 준비시켜서 내려주지.
첸바오 하이:........
진:네가 어떤 놈이고, 뭘하다 온 건지 상관 없는데. 지금으로는 네가 상품이거든. 그것도 꽤 가격이 나가는.
내 멋대로 흠집 낼 수는 없을 것 같네.
첸바오 하이:(느릿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 때와 똑같이 말하고 있는 진을 바라본다.)
...내가 그때와 똑같이 말해야하는건가.
마치 '그때'와 같은 진은, '그때'와 같은 목소리로, '그때'와 같은 표정으로 당신에게 말을 합니다.
첸바오 하이:........
지하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약속을 했었죠.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진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첸바오 하이:(연극무대를 둘러본다. 이건... 이건 뭐지. 이해되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며.)
당신의 말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첸바오 하이:.....
그리고 당신은 지하실에 머무르며 진이 바라는대로, 진이 경계를 풀 수 있도록
약해빠진 인간의 행세를 하며
진을 속였습니다
아, 그래도 그때는...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첸바오 하이:.....(느릿히 손으로 입가를 문지르며 진을 바라본다.)
서서히 다음 막을 진행하려는듯, 붉은 커튼이 내려와 두 사람을 가립니다.
커튼이 무대에 내리자 분명 텅 비어 아무도 없던 객석에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첸바오 하이:........
....기분이..
...더러운데. (낮게 갈리는 목소리가 느릿히 나온다.)
그리고 그 박수소리가 어느 순간 뚝, 그쳤을 때.
다시 커튼이 올라가며 진의 모습이 보입니다.
진: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영감에게 내일 말해야겠어. 이번 일은 안 맡겠다고.
(칼과 유리병을 든 진은 인상을 찌푸린다.)
첸바오 하이:.....
(그가 지하실에서 나가면, 구속을 풀고 그를 따라갔다. 그가 어떤 말을 하는지, 누구를 불쾌해하는지 전부 기억하고 새기고 다시 기억하면서.)
(알고 있는 모습이다. 기억하고 있는 대화고. 희뿌옇게 재색으로 침전되던 기억을 더 선명하게 덧칠하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행동이 반복된다.)
진:(그리고 진은, 지하실을 나오는 연기를 하며 텅 빈 허공에서 책을 찾는 시늉을 한다. 인랑, 늑대인간에 관한 책을. 몇 번 기침을 하고, 사용인에게 말을 건네고.)
첸바오 하이:...
진:(첸바오 하이, 그가 보았던 일상적인 모습의 진이었다.)
첸바오 하이:.....(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객석을 바라본다.)
(불쾌하다. 불쾌하기 그지없다.)
객석은 여전히 누구 하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첸바오 하이:(이건 나의 기억이다. 우리의 기억이다. 그걸 저들이 왜, 뭐가 됐다고 멋대로.)
(이제는 나만이. 나에게만 남아있는 그의 기억들이다. 나의 것인데.)
진:(그리고 이후, 당신은 물었었다. '소중히 키우던 꽃을 꺾으면 어떤 기분이 드느냐'고.)
후회하겠지.
첸바오 하이:......
진:여태 잘 기른 시간이 아깝거든. 이제는 장식품으로도 못 만들테고.
꽃을 쓸모없게 만들게 됐지.
(당신은 다른 걸 또 키우면, 결국 같은 꽃이 아니냐 물었다.)
그럼 또 같은 시간을 들여야하잖아.
헛짓이야, 결국.
완벽하게 같은 건 없어.
진:꽃이든, 사람이든,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이든.
결국 자세히 보면 다 다르지.
(그리고 하이는 그를 배웅했고,)
(그 다음날,)
(당신은 가식을 벗고 당신을 드러내었다.)
(그때 진이 뭐라고 했었지? 그래,)
진:너는 나를 속였어. 그것도 아주 잘.
첸바오 하이:......
진:나를 위하는 척도, 불쌍한 척도 이제 그만하는 건 어때.
나는 네가 바라는 건 주지 않아. 네가 나와의 말을 어긴 탓이다.
너는 가질 수 없을 거야.
첸바오 하이:.....그만.
진: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겠지.
첸바오 하이:....그만 둬.
진:나는 너를 받아들이지도, 죽이지도 않아. 내게 있어 네 가치는 그정도다. 하이.
첸바오 하이:.......그만!!!
또다시, 커튼의 막이 내려옵니다.
그리고 또다시, 객석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옵니다.
끔찍하게 크고, 모든 공간을 울리는 박수소리가.
첸바오 하이:.......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큰다.)
그 속에서 묵직하고 느린 박수소리가 섞이자, 곧이어 무대는 침묵에 휩싸입니다.
무대의 막이 오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당신은 포기하지 않고 진의 곁을 맴돌았습니다.
매일 달이 뜨고, 세상이 흑암 속에 묻혔을 때.
그의 창문을 바라보던 두 눈동자는 누구의 것이었던가요?
그것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짐승의 것도 아니었습니다.
집착과 미련, 애욕과 원망, 미움과 사랑. 그 많은 것이 얽혔던 눈동자.
첸바오 하이:(분노의 흥분 탓인지 뒷덜미에서 털이 돋아나며 귀가 올라오고 이가 길어진다.)
그 어느 날, 달이 유독 밝았던 날.
무심코 진은 경계를 풀었고
무심코 창문을 연 채로 잠이 들었고
무심코 침입자를 허락했습니다.
사냥은 끝나지 않았던 거야.
나의 진.
당신은 제게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첸바오 하이:......
(그 뒤가. 기억이. 안나.))
창 틈새로 들어온 꽃잎은 침대에 흩날렸고, 진은 당신의 어깨를 밀치며 거부했지만,
아, 가여운 내 사랑.
힘이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겁을 주면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첸바오 하이:.....
힘 없이 스러지던, 그 사람.
첸바오 하이: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꽃잎을 붉게 물들이던 그의 피내음.
들어온 사용인의 끔찍한 비명소리와
첸바오 하이:아니야.
그를 두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당신.
...
첸바오 하이:아니야.
내가
내가 그랬을 리 없어.
당신의 눈 앞에는 실 풀린 인형처럼 누운 진이 보입니다.
첸바오 하이:진, 진..
잊지 마세요, 이 곳은 무대입니다.
첸바오 하이:(떨리는 손을 쥐었다 펴고 진에게 다가간다.)
진 신위에:피를 흘리지 않고, 어딘가 부러지지도 않은 진은
피를 흘리지 않고, 어딘가 부러지지도 않은 진은
눈을 뜨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첸바오 하이:진. (진의 위에 몸을 숙이며 뺨에 손을 대고 내려본다.)
진 신위에:난 이렇게 죽었지.
첸바오 하이:아니야. 아니야...
진 신위에:네가 나를 죽였어.
행복했나, 하이?
나를 죽여서?
첸바오 하이:아니야..진.
진 신위에:네가 원하던대로, 꽃은 꺾여졌어.
첸바오 하이:아니라고. (진의 얼굴 옆에 팔꿈치를 대고 고개를 숙여 자신을 올려보는 얼굴에 낮게 으르렁댄다.)
내가 당신을 두고 도망친다고?
그럴 리 없어. 그럴 수 없어.
진 신위에:그래, 그 모습이었지. (반쯤 늑대가 된, 털이 부풀고 날선 이가 도드라진 그를 바라본다.)
믿을 수 없어도.
진실은 바뀌지 않아.
첸바오 하이:그만!! (동공이 가늘게 축소하며 짐승에 가까운 소리가 포효하듯 터진다.)
객석에서 누군가 소리칩니다.
살인자.
살인자!
첸바오 하이:......하하.
너 때문에 죽었어!
저멀리, 계단이 보입니다.
묘지를 빠져나갈 계단이.
첸바오 하이:(머리털까지 쭈뼛 섰다 가라앉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을 다물었다가 애써 평온함을 가장한, 하지만 말 끝이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갈라진 소리를 낸다.) 나가자, 진.
응? 가자. 가야지.
진 신위에:(진은 그저 그 자리에 누워있을 뿐이다. 보아라, 첸바오 하이. 이것이 네 죄의 증명이니. 그의 눈 속에 담긴 분노가 보이지 않는가?)
첸바오 하이:진... (입꼬리가 씰룩이지만 애써 웃으며 분노로 가득찬, 너무나도 익숙한 그 눈을 바라보며 그의 입술 위를 느릿히 핥는다.) 진. 나의 진.
그럴 리 없어. 이럴 수 없어.. 그렇지, 진?
진 신위에:(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입술에 그의 혀가 와닿는다.) 또 부정할 건가?
다시 잊어서라도?
첸바오 하이:....진, 진. 진. (점차 갈라지는 쇳소리에 가까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입술을 맞댄 채 그를 바라본다.)
너를 두고 내가 어떻게 갑니까.
주변이 순간 일그러지며, 풍경이 바뀝니다.
첸바오 하이:진.
아직 끝나지 않는 연극은 계속 됩니다.
첸바오 하이:진!!!(급히 진을 붙잡으려 한다.)
진 신위에:넌 거짓말쟁이야, 하이.
묘비에 누운 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요, 이 장소는...
그의 장례식이 있던 날입니다.
많은 이가 그를 추모했고, 그를 위해 울며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눈물조차 흘리지 않던 단 한 사람.
첸바오 하이:......
당신은 그가 관 속에 담겨, 땅에 묻히던 그 모든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비겁하게도.
그를 죽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기억조차 잊은 채로.
첸바오 하이:...진.
진 신위에:그래, 너는 그렇게 내 이름을 불렀지.
첸바오 하이:(느릿히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갤 돌린다.)
진 신위에:(관에 묻힌 진은 어느 새, 하이의 뒤에 서있다.) 5년 간을, 매일 같이.
첸바오 하이:...진. (입꼬리가 씰룩이지만 조금 웃으며 팔을 벌리고 그의 몸을 안는다.)
진 신위에:(진은 하이를 받아들이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저 서있는 자세 그대로 그가 하는 양 지켜볼 뿐.) 네가 나를 보고있다는 걸 알았어.
안식이라면 네게서 벗어날 거라고도 생각했지.
첸바오 하이:아름다운 나의 달. (중얼거리듯 말하며 그 몸을 안은 채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리며 반복한다. 진, 진, 진. 진 신위에.)
진 신위에:그런데 네가 나를 매일 부른 탓에,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이 됐군.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야, 하이.
연극의 마지막이야. 똑똑히 봐.
장례식 뒤에도 매일 같이 묘비를 찾던 하이에게, 누군가 다가왔었습니다.
첸바오 하이:....(안은 채 눈만 돌려 본다.)
이곳에 묻힌 분이 누구시길래 이렇게 매일 애도하러 오십니까.
고아한 신사가 속삭였습니다.
당신이 신사를 마주하자, 그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안타까운 비극이군요. 하지만 비극만큼 기적을 일으키기 좋은 재료는 없지요.
그토록 사랑하는 당신의 부름이라면 단 하루, 그를 영원토록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오늘은, 그 신사가 말했던 그 날이었습니다.
그가 말한대로 정말 진은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하이에게 돌아왔습니다. 당신이, 죽은 진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단 하루의 유예기간이고, 놓쳐서는 안되는 이 시간.
본래 당신은 진을 다시 만나노라면 무엇을 하려 했나요?
첸바오 하이:.....
삭아버린 뼈와 살이 유일하게 나올 수 있는 그 어떠한 빛도 없는 밤에 네 사랑하는 이를 노래하라. 그러면 네 사랑하는 이가 돌아 올테니.
그래요, 그 집착으로 얼룩진 사랑 고백을 하면 이번에야 말로 진이 하이의 곁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하이가 사랑하는 진을 부르면 그가 영원토록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요.
그런데. 눈 앞의 진은 어떤가요.
당신의 손에 죽은, 당신을 끔찍하게 여기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여 묶어둬도 좋은 걸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그에게 용서를 비나요.
진 신위에:(진은 한 걸음 물러나 하이를 바라보았다.)
첸바오 하이:.....
(한 걸음 따라간다.)
진 신위에:무대는 이제 끝이 났어.
첸바오 하이:(그의 몸을 안고, 아직도 그 빌어쳐먹을 무대인지 뭔지 고아한 신사가 있는건지 뭔지 모를 곳을 한 번 흘끗 쳐다봤다가 눈을 감는다.)
......
진 신위에:너도 다 알겠지, 첸바오 하이.
첸바오 하이:....나는 말이야. 진 (낮고 갈린 목소리로 읊조린다.)
....이런 이야기를 잘 알아.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
진 신위에:...
첸바오 하이:지금 드는 생각들이 정말 나의 것일까.
고백과 용서. (읊조리며 떨어져서 선다.)
내가 싫지? 당신은.
진 신위에:그래.
첸바오 하이:하하..
내가 얼마나 공들였는데.
네게 위탁되고 지하실에서 지내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개가 되어서 너와 지내는건 어렵지 않았을거야. 몸이야 잘리고 독을 먹고 조각나든 어쩌든.. 당신이 나를 개로 본다면 몇 번이고 탈출해서 돌아가면 그만.. 그랬지.
.....그런데 그 때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전혀.
진 신위에:네 욕심이 나를 죽이고, 너를 망가뜨렸지.
말했지. 후회할 거라고.
첸바오 하이:정해진 길처럼. 그 길이 유일한 것처럼.
후회.... 후회. 그래 후회. 후회하지.
진 신위에:네가 끝까지 나를 속였다면, 나는 기꺼이 속아주었겠지.
첸바오 하이:차라리 그 때,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 앞에서 심장에 달의 금속을 박아 죽어버렸다면 당신에게 나는 계속해서 박혀있었을텐데.
손톱 밑의 가시나 눈 안에 박혀버린 모래알처럼 계속해서 당신의 인생의 거스러미로 존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진 신위에: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한 네 잘못이야.
첸바오 하이: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지.
(중얼거리듯 말하다 천천히 웃는다.)
맞아.. 난 당신을 포기하지 못해.
나의 진. 나의 사랑. 나의 모든 것.
증오해줘, 나를.
첸바오 하이:네 사랑은.. 바라지 않아.
어차피 그건 나의 것이 아니니까.
진 신위에:네게 최고의 형벌은 무관심이겠지만,
그렇게는 안 되는군.
나는 네가 미워. 이건 분명한 현실이지.
첸바오 하이:그렇게.. 지금처럼 나를 봐줘. 증오하고 환멸하고 저주하고. 죽어서도 죽지도 못하게 만든 나를.
진 신위에:그것은 아마 나를 죽였기 때문은 아니겠지.
첸바오 하이:맞아.
나는 너를 속였고, 기만했고 네가 바라던 안식마저 없애버렸지.
네 일상도 짓밟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픔과 공허함과 괴로움과 외로움을 남겼고.
네 남은 삶마저 꺾고 짓이기고 부러트려서 기어이 시들게 만들었지.
그래서?
그래서.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거야 진.
첸바오 하이:저주를 퍼붓고 죽이려고 해도 좋아. 나는.. 나는 네 유일이니까.
진 신위에:(하이가 말을 이어가며, 점차 진 신위에의 몸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시체와 같던 창백함에 색이 입혀지고, 심장이 맥박치는 소리가 들린다.) 너를 증오하라는 것. 그게 네가 하는 전부로군.
아니야, 너는 잘못 생각하고 있어.
너무나도 나를 모르지.
첸바오 하이:.....아, 안돼.
살아나면 안돼 진.
진 신위에:연극의 마지막이야, 첸바오 하이.
마지막 대사를 해.
첸바오 하이:싫어.
진 신위에:왜 나를 놔주지 않지?
첸바오 하이:.....말하지 않았나?
나는 이런 이야기가 익숙합니다. 본능일지 착각일지 몰라도. 겪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당신은 결국 나를 떠날거야.
다시는 오지않겠지.
결국 가버릴거야. 가버릴테지. 살아나게 된다면 내가 아닌 모든 곳으로 가버릴테고.
나는 지워질거야.
첸바오 하이:.....그게 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시간 끌어봤자.. 어차피 끝맺어지겠지.
진 신위에:그럼 너는, 이대로 나를 남겨두고자 하는 거로군.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첸바오 하이:맞아.
진 신위에:너와 영원히 무대 위에서.
첸바오 하이:네가 살아나면 나는 다시 본능과 싸워야겠지.
지금 내 귀에 당신의 심장소리가 들려.
당신의 피맛이 떠올라.
숨이 끊어질 것처럼 멎을 때, 그 피가 이를 스치고 혀에 떨어질 때
그 황홀과 환희를 잊지 못해.. 아직도. 이가 저려오는 기분마저 들 만큼.
당신의 목소리와 체향은 거의 희미해졌는데 그것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어.
첸바오 하이:내가 고통받고 괴로운건 흔한 일이지.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렇게 되는건 바라지 않아. 그게 나로 인한 것이라는건 아주... 달콤한 사실이지만.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내게 증오만을 품은 당신이 나와 계속해서 여기에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굶어죽든 당신에게 난도질을 당하든.. 뭐든 좋아.
나는 당신이 보고 싶었어, 진. (희미하게 웃는다.)
진 신위에:너는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군.
첸바오 하이:나는 멍청해.
진 신위에:알아.
첸바오 하이:알면서 왜물어보지
진 신위에:그 말을 하는 거다, 멍청아.
첸바오 하이:어쩔 수 없어 당신에게는 그냥 개가 될 뿐이니까.
진 신위에:이것이 연극인 이유는,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겠지.
첸바오 하이:그리고 연극인 탓에,
끝이 있겠지.
싫어.
진 신위에:너는 어떠한 것도 얻지 못할 거야.
첸바오 하이:그래?
진 신위에:그래.
첸바오 하이:아니 얻은건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분노하고 증오한다는 거 증오했다는 거. (귀 끝이 붉어진 채 웃는다.)
내가.. 당신의 감정 하나라도 전부 가질 수 있었다는 거.
진 신위에:웃지 마. 정 드니까.
첸바오 하이:들어주십쇼.
아니..
진 신위에:싫어.
첸바오 하이:들지 않아도 좋아.
진 신위에:이 거짓말쟁이야.
첸바오 하이:....나는 지금 굉장히 기쁩니다.
내가 당신에게... 당신의 삶에 어떤..
어떤 것이라도 가질 수 있으니까.
지금이라면 죽어도 좋습니다.
어차피 나는 당신에게 죽고 싶었습니다. 뭐라도 되고싶어서.
당신이 나를 죽이길 원했고 바라였기에 당신에게 나를 죽이는 법도 알려줬지만
첸바오 하이:당신은 끝내 나를 죽이지 않았어.
이걸로 됐어. 이걸로. (조금 웃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진 신위에:나는 너를 증오하고, 미워해. 인정하지.
하지만 나는 너를 죽이지 않아.
그것조차 네게 기쁨이 될 걸 알거든.
첸바오 하이:아아.
진 신위에:결국 네게 있어 네 스스로를 원망할 일은, (진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내 부재란 얘기겠지.
첸바오 하이:괜찮아, 괜찮습니다. 계속해서.. 계속 이걸 꿈꿔왔으니까..
(손등에 털이 돋아나고 손톱이 길어지며 중얼거린다.)
진 신위에:나는 너를 용서하지 못했고, 너는 나를 되살리지 못했어.
첸바오 하이:더 이상 잃지 않는 법을 알아.. 알고 있어.
(늘 가지고 다니던 그것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달의 조각, 그의 조각.)
(은 나이프를 들어 자신의 심장에 깊게 찔러넣는다.)
이걸로, 이걸로.. 이거면 돼.
진 신위에:... ...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다. 진은 표정을 찡그렸고, 그를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첸바오 하이:다시는.. 절대로. 빼앗기지 않아. (중얼거리며 나이프를 뽑고 다시 깊게 찔러넣는다.)
진, 진.. (목구멍을 태울듯 뜨거워진 피가 밖으로 터져나오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마치 청혼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당신이 이겼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겁니다.
무대의 천장에서부터 쿠궁, 쿵, 어떠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래와 먼지가 쏟아져내립니다.
첸바오 하이:당신은 이겼고, 나는 기꺼이 죽으니.
기뻐하십쇼.
진 신위에:바보 같은 짓을, ...
첸바오 하이: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까.
(천천히 몸이 쓰러지며 자신의 피 위에 머릴 박는다.)
....나를 증오.. .... ....
연기자가 없는 무대.
쏟아지는 박수갈채 아래 하이는 눈을 감았고, 비극으로 끝난 연극은 막을 내립니다. 무너지기 시작한 공간은 점차 흙으로 뒤덮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