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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드래곤 슬레이어
샤넬93
2020. 1. 3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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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름달이 뜬 밤
후안 싱은 달에 이끌렸는지, 불현듯 떠오른 추억에 충동적이었는지 부둣가에 다다릅니다.
이곳에서 지운 ‘그’의 번호. 다시는 부르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이토록 간사할까요.
모든 것을 집어삼킨 저 바다는 오늘도 잔잔하게 일렁입니다.
흰 거품이 부둣가의 둑을 두드리고 부서지기를 몇 번…
...
무언가 이상합니다. 물이 이렇게 쉽게 차오를 수 있었던가요?
아뇨,
이것은 마치,
바다가 후안 싱에게 손을 뻗는 듯한…
피할 새가 없었습니다.
검은 물은 후안 싱을 덮쳤고, 숨이 막히던 그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
그리고 부족한 숨을 내뱉으며 다시 눈을 떴을 때,
?: 오오, 용사님!
??: 용사님이 오셨다!
?: 용사님!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

...??
???: 저 사악한 드래곤을 물리쳐주세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사람들의 낯선 목소리.
게다가 모두의 복장이 조금 이상합니다. 모두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검은 빛깔의 로브를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있네요.
마치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판타지 풍. 코스프레 모임이라도 하는 건가?

후안 싱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를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시선을 돌리면, 방금까지 서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어두컴컴하고 널따란 제단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발밑에는 거대한 마법진까지 그려져 있네요. 심지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럴 리가요. 후안 싱은 이상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가 간다...이해가 돼... )
이상한 나라의 후안 싱...
공양미 삼백석도 못 받고 용궁나라로 팔려온 기분입니다.
당황하는 후안 싱에게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예의를 갖추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말합니다.
노인: 용사님, 갑작스레 방문하셔서 혼란스러운 마음 이해합니다. 모두 설명드릴테니 저희를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그래애, 가 보자. 어서어서. (금세 재미를 찾았다.)
천부적인 후안 싱의, -재미를 쫓는 재주와 이해심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사람들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노인의 뒤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가니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옆에는 온갖 장식이 달려 있고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마차가 세워져 있네요.
노인: (마차의 문을 열어주며) 왕궁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용사님.

후안 싱에게는 전혀 낯선 것들입니다. 단언컨대, 한번도 보지 못했을 문양입니다. 여긴 어디인 걸까요?
그나마 시대를 애써 추측해본다면, 중세, 그 언저리가 될 겁니다.

(턱을 슬슬 쓸어 만지다가 마차에 오른다.)
현실로 돌아갈 걱정을 하면 갑갑해집니다. 아니, 돌아갈 수나 있는 걸까요.
후안 싱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의 안내에 따라 마차를 타고 달립니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길인지 마차는 덜컹덜컹 흔들리고, 하체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고생이람?

(로데오.. 어릴 적에 재밌게 탔었지..)
덜컹, 덜커덩
그리고 이때,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무언가 빛나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로 후안 싱의 목에 걸려있는 작은 보석 목걸이입니다.
이런 걸 가지고 다닌 기억은 없는데? 재질이 불분명한 얇고 검은 가죽끈에, 엄지손톱 크기의 보석이 달려 있어요.
이렇게나 새카맣고 빛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독특한 보석은 처음입니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기묘하게 친근한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어딘지도 모를 곳에 떨어졌으니, 여차할 때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단 다시 품속에 넣어두기로 합니다.

(뭐지.. 흑요석이랑은 또 다른데...) (뭐) (이쁘니 되었다.)
후안 싱, 캐릭터가 업데이트 됩니다.

(약은 안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말이다...) (조금 심각)
누군가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여기던 그때,
마침내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성 앞에 도착합니다.
색색의 꽃과 나무로 꾸며진 넓은 정원을 지나 성내로 들어가면, 온갖 복잡한 절차를 밟고서야 거대한 홀에 도착합니다.
금장식이 아낌없이 기둥과 벽에 수놓아져 섬세한 문양을 이루고 있으며, 높이 위치한 유리 샹들리에는 몇 십 개인지 모를 보석들이 박혀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양옆에 고급스러운 중세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열을 지어 엄숙히 서 있습니다.
중앙, 서 있는 후안 싱의 눈앞에는 척 봐도 ‘왕좌’ 같아 보이는 커다란 의자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외칩니다.
로얄가드: 국왕 전하 납시오!
곧이어 왕이 위엄 있는 자태로 홀에 입장합니다.
왕: (백발의 노년 여성이며, 금빛 견장과 금술, 보석 단추로 장식된 붉은 제복 위에 흰 담비 털이 달린 벨벳 망토를 걸치고 있다. 왕은 느린 걸음으로 왕좌에 앉아 후안 싱을 바라본다.)
어서오시게, 용사여. 자네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네.

왕: (후안 싱의 태도에도 그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진중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한다.) 이 나라는 사악한 드래곤에게 위험을 받고 있지. 그러나 위대한 예언자께서 자네가 우리를 구해주리란 예언을 하셨네.
이계에서 초대받은 용사여, 부디 사악한 드래곤에 맞서 고통받는 만백성을 구해주지 않겠나?

왕: 물론 자네의 청을 들어주고 싶지만, 위대한 예언자께서는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홀연히 사라지시니 우리도 그 분의 행방을 알 수가 없네.
그러나 병자를 치료하고, 재해를 예언하며 기적을 행하시는 분으로, 그 분의 예언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지. 그렇기에 온 왕국은 자네를 믿고 있어.
만일 궁금한 것이 있다면 내게 물어도 좋네. 내 아는 한에 무엇이든 답변할테니.

왕: 우리의 왕국과 밀접한 산맥에 사는 그 드래곤은, 언제부터 존재했을지 모를 고대룡이네. 이 세계의 어떤 생물보다 강력하며,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위의 몬스터를 불러들이는 힘이 있어 산맥 아래에 사는 백성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지.
이미 왕국에서도 여러 번 토벌을 시도해봤으나, 무리였다네.

(이사하면 편할텐데..)
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산맥과 둥지는 드래곤의 영역이야. 떠나려하지 않을 걸세. 토벌 밖에는 방도가 없지.

내가 이 곳 사람이 아니라는 것 쯤이야 당연히 알 테니...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다면 최적의 답일텐데.
왕: 자네가 바라는 모든 보물과 영지, 그리고 작위를 약속하겠네. 드래곤이 있는 한, 이 왕국은 위협을 받을테니 그 어떠한 것도 아깝지 않지.
만일 자네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한다면, 그 또한 가능할 거야.
소환에는 무수한 인력과 물자가 소비되기에 우리로서는 다시 차원의 문을 열 방도가 없네. 하지만 드래곤의 심장, '드래곤 하트'는 방대한 마력의 결정체가 불리니 그것을 가져오면 자네를 위해 차원문을 다시 열 수 있게 되지.

나를 부르는 그 주문 또한 예언자가 알려주었습니까?
왕: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한다.) 그렇네. 위대한 예언자께서 남겨주셨지.

아무튼, 그렇다면 무기와 지도, 그리고 사람이 좀 필요하겠습니다. ..아니면 혼자 가야 하나?
왕: 자네의 여정에 필요한 것들은 준비해줄 거야. 더불어, 원정대에는 왕 직속 기사단장과, 왕정 마법사를 비롯하여 왕궁의 많은 이들이 자네와 함께할 걸세.
국왕이 두어번 손뼉을 치자, 시종들이 후안 싱에게로 와 성을 안내하겠노라 말합니다.
후안 싱은 토벌대를 준비하는 시간동안 왕궁에서 머물기로 합니다.
후안 싱에게는, 왕궁의 대장장이가 만들었다는 검 한 자루가 쥐어집니다.
모의전투
후안 싱, 목각인형을 공격해봅시다.
공격을 누르고, 목각인형을 눌러봅시다.

대상 | 연습용 더미 |
명중 | 1 / 0 |
데미지 | 10 |
연습용 더미가 두부자르듯 잘리는군요! 환상적입니다. 주위에서 구경하던 모든 인원이 후안 싱, 아니 용사의 압도적인 힘에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모의전투 종료
드래곤 토벌대는 지금까지 여러 번 결성되었었기 때문에, 왕국 측의 준비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습니다.
물자를 준비하고, 일정을 계획하고, 병사들을 소집하고…

그렇게 며칠 후, 결국 원정 출발의 날이 오고 말았습니다.
...
출발 당일 날입니다.
후안 싱은 용사님 답게 판타지스러운 복장을 입고, 멋들어진 검도 허리에 차고 있습니다.
부끄러울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이세계란 그런 겁니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사람들의 환호성, 꽃다발을 받으며 정예 부대와 함께 출발합니다. 날은 화창하고, 기대로 가득 찬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악단의 힘찬 나팔 소리와 흩날리는 종이 꽃가루까지.
심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쩐지 좋은 예감이 듭니다.

특별대우를 받는 후안 싱은 오늘도 혼자 고급스러운 마차를 타고, 숲으로 향합니다. 그나마 백성들이 후안 싱의 얼굴을 못 본 것에 감사해야할까요.
마침내 왕국령에서 멀어집니다. 덜그럭 덜그럭 말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가 흔들리는 소리만이 고요한 마차 속을 어지럽힙니다.
후안 싱, 가져온 짐을 살펴볼까요?

가방 안에는 다양한 간식과, 휴대용 식사, 빵, 물, 촛불을 켜는 랜턴, 지도... 갖가지의 것들이 담겨있네요.

지도가 열립니다
후안 싱은 현재, 왕궁에서 멀어져 숲으로 나서고 있었지요. 용의 산맥으로 향하려면 필수적으로 수림을 지나야 한다고 합니다.
‘방황의 숲’이라 불리는 곳인데, 드래곤의 영역이기 때문에 몬스터도 많이 서식할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힘으로 방향감각을 잃게 되어 헤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해요.
하지만 수 십, 수백 년 간의 정찰과 원정으로 용의 산맥까지 가는 법만은 거의 완벽히 습득했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길을 잃어 미아가 될 걱정은 없겠어요.
라고,
생각하는 순간... ...
어느새 마차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설마?

(마차에 창문이 붙어있다면 그걸로 밖을 본다.)
후안 싱이 창문으로 밖을 보니...
황급히 마차에서 내려보니 마차를 이끌던 말도,
그 많던 원정대원들도 모두 사라져 있습니다.

남은 것은 타고 있던 빈 마차 하나와 후안 싱, 그리고 빽빽한 나무들뿐이에요.
소오오옥았구나! 뒷통수가 얼얼합니다.

홀로 남겨짐을 깨달은 후안 싱, 이성체크 (0/1)

기준치: | 65/32/13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외로움을 탄다..)
믿었던 것에 발등을 찍히면 이렇게나 아프고 열이 받는 법입니다.
후안 싱은 외롭게 혼자 남은 숲을 둘러봅니다. 침착해야해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마차의 내부에는 후안 싱이 챙긴 것 외에도 딱 2~3일 정도 분량의 식량과 수통, 침낭, 램프, 나침반 등 여행도구가 갖춰져 있습니다.
뭔가 수상한데... 후안 싱, 지능 다이스.

기준치: | 75/37/15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왜 왕궁에서 이런 걸 구비해준 걸까? 그렇다고 치기엔 짐마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형편 좋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머리가 한번더 찡, 합니다.
숲에서 가만히 머물러있어도 별 수 없겠죠. 후안 싱, 나침반과 지도를 따라 나아가볼까요?

(나침반과 지도를 잡고 적당히 주변을 경계하며 걷는다.) (그러고보니 지금은 낮인가 밤인가?)
아직은 낮이라, 햇볕이 숲과 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후안 싱은 숲을 걸어갑니다. 몬스터가 나오는 숲이라고 들었으니 어두워질 때까진 누군가와 합류하거나, 쉴 곳을 찾아야 할 겁니다.
나뭇잎과 흙바닥을 자박자박 밟는 소리만이 수림의 고요를 대신합니다. 어느 정도 걸어갔을 때, 놀랍게도 익숙한 풍경과 마주합니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숲속에서 보았던 그 길이 분명합니다. 낯설지 않은 경로를 조심스레 되짚어가보면,
...
어느새 탁 트인 공터로 나오게 되며, 익숙한 외관의 탑이 눈에 띕니다.
후안 싱이 처음 이 세계로 소환됐을 때의 그 [건물]이 분명합니다.

작고 낮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석탑입니다. 건축 양식은 딱 중세의 그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목재 문]은 잠겨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후안 싱, 건물 안으로 들어가볼까요?

특별한 게 보이진 않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홀과 같은 탁 트인 공간을 마주합니다.
특별히 조명기구가 없어 열린 문 틈새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만이 안을 밝힙니다. 홀 중앙에는 후안 싱에게 낯설지 않을 제단이 떡하니 자리해 있네요.
바닥에 넓게 새겨져 있는 기괴한 마법진도 그대로입니다.

(제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본다.) 어디보자.
거대한 마법진의 중앙에 세워진 투박한 석조 제단에는, 네 모서리에 커다란 양촛대가 각각 세워져 있습니다.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후안 싱을 소환하느라, 마력이 모두 소모된 걸까요?

(제단에 더 볼 것이 없고 날이 아직 밝다면 나간다.)
제단에는 볼 것이 없지만,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니 저 멀리 오를 수 있는 계단이 보입니다. 후안 싱은 건물을 나가도록 할까요?

(총총)
위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입니다. 상당히 가파른 데다 길어 꽤 힘이 부칠 것 같아 보이지만, 막상 올라보니 생각보다 숨이 차지 않네요. 몸이 강해졌기 때문일까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원형의 오르막을 하염없이 걷다 보면, 마침내 위층에 도착합니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걸 보니 [다음 층]도 있나 봅니다.
벽을 빼곡히 둘러싼 [책장]과, 그 가운데에 자리한 커다란 [원탁]이 눈에 띕니다.

읽을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겠다만은...
두 개의 기다란 책장이 [좌][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살펴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네요.

공간과 시간, 마법과 의식에 관한 책들이 아주 오래된 것부터 최근에 집필된 것까지 차례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후안 싱, 자료조사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 권 한 권 꺼내다 보면, 오래되어 종이가 바랜 서적 중에 흥미를 끄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다중 차원>이라는 제목이네요.
다중차원, 핸드아웃이 나눠집니다.
....우리가 사는 차원은 결코 단 하나의 세계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중략) 애초에 차원이란 무엇인가? ... 평행세계라고도 불리는 미지와의 소통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이 작업은 장거리 텔레포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복잡한 수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요구한다. (후략) ...
후안 싱이 원래 사는 세계나, 이 세계, 혹은 다른 차원들이 나눠지는 걸 연구한 내용인 것처럼 보입니다.

우측 책장에는 여러 이종족과 몬스터에 대한 자료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드래곤’ 에 대한 서적이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궁극적으로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 세워진 탑이기 때문일까요.
후안 싱, 다시 한번 자료조사 다이스.

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책을 살펴보던 후안 싱은, 드래곤에 대한 거의 모든 사례가 단 하나의 개체를 일컫는단 것을 깨닫습니다.
아마 이것이 오래간 왕국을 괴롭혀온 괴물, 지금 후안 싱이 물리쳐야 할 바로 그 용임을 짐작합니다. 그와 그를 따르는 몬스터에 의한 피해자가 기록된 것만 해도 몇 만을 가볍게 넘는다고 합니다.
검은색 비늘에, 검은 눈동자 날카로운 발톱... 드래곤에 대한 묘사 역시 일괄적입니다.

비늘이라.. (이리저리 빛에 비춰보다가 손으로 톡톡 두들겨본다. 단단한가?)
목걸이는 단단합니다. 여전히 어떤 빛도 투과하지 못하는, 이건 보석일까요?

(원탁을 보러가자.)
새카만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멋들어진 분위기를 자아내는 원탁입니다. 원탁 위에는 널브러진 [양피지 뭉치]와 [필기구], [노트], 여러 권의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것저것 검은 것이 많아 이쁘긴 하네. 참.
생전 처음 보는 언어로 쓰인 문서들입니다. 그런데 어째선지 글자의 뜻이 저절로 머릿속으로 들어오네요.
집어서 자세히 읽어보니, 이해할 수 없는 공식들이 빼곡합니다. 알아볼 수 있는 문장이라곤 ‘이차원의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제물’, ‘다른 시공의 영혼을 이 세계에 잇는 식’ ……. 이러한 소제목들뿐입니다.

(필기구를 살핀다. 혹시 필요할 수도 있으니 챙길 심산으로.)
평범한 잉크와 만년필 여러 개가 굴러다닙니다. 잉크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걸 보니 탐사자가 이 세계로 오기 직전까지 연구에 박차를 가했던 것 같습니다.

소환을 가능케 하기 위한 여러가지 가설을 세워둔 연구 노트 같습니다. 와이번의 뼈, 리자드맨 가죽, 드라이어드의 뿌리… 등등 정체 모를 것들이 재료처럼 나열되어 있기도 합니다.
노트를 훑어보던 후안 싱,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 정갈한 글씨체로 적혀 있는 정체 모를 문구가 보입니다.
노트: 베일을 찢는 자를 부름에 있어, 먼저 그분의 신성한 그림을 찾고 의식 장소를 준비하되 차원의 오망성이 제대로 준비되어 잘 고정되도록 한다.
찢는 자는 오로지 한 가지 소원만을 들어 주시니 탐욕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구는 끝이 납니다.

베일이면 차원의 문을 그렇게 말해둔 건지... . 일단 이놈도 쓸모가 있어 보이고. (가방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살피자.)
대부분 소환 마법에 관련되어있지만,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유난히 작은 책이 눈에 띕니다.
꺼내보니 ‘위대한 예언자’라는 제목과 함께 마치 성경과도 같은 형식으로 누군가의 말이 한 구절씩 차례대로 실려 있네요.
이것이 왕이 언급하던 그 예언자에 대한 기록일까요? 크고 작은 예언, 그리고 용살자에 대한 언급과 함께 소환에 대한 지식도 후세에 전한 후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적혀 있네요. ……이 사람은 대체……?

(작은 책이니 소지하기에도 괜찮겠다 싶어 마찬가지로 가방에 넣는다. 조금 더 올라가볼까?)
위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이전에 올라온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나아갈수록 점점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찔러, 멀미와도 같은 두통이 밀려옵니다. 불길한 예감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
계속 오를까요?

마침내 위층에 도착하자, 악취는 절정에 달합니다.
보이는 것은…….
핏자국으로 범벅된 돌바닥과, 그 위에 쌓여진 수많은 사체들의 산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잔해들만 가득해 원래 무엇이었는지도 추리해내기 어렵습니다.
뼈만 남은 것, 토막 나 부분만 남아있는 것, 피만 빨려진 듯 바싹 말라있는 것, 가죽만 벗겨내진 것, 장기만 도려내진 것...
소환의 '제물'이란, 이런 것이었을까요?
후안 싱은 이 역겹고 악취가 나는 곳을 벗어나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시체를 살펴보기라도 해야할까요? 선택은 소환된 용사의 몫입니다.

후안 싱,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후안 싱이 잔해를 들춰보니, 평소 보던 것들과는 확실히 다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부 인간이 아닌 존재, 즉 이종족의 사체로군요. 아래층의 책장에서 본 몬스터들의 외형과도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후안 싱을 소환하기 위해 왕국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느껴져 코웃음이 날 정도입니다.
그때,
어디선가 달그락, 하는 소리가 귓가를 날카롭게 스칩니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봐도 당연히 살아있는 생물은 없습니다. 소리가 날만 한 것은 어디에도……
경계하는 후안 싱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개를 들어 정체를 확인하는 찰나가 아주 느리게, 느리게 느껴집니다.
2m는 족히 넘을 법한 뼈밖에 남지 않은 거구,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머리뼈, 그리고 그 중앙에 뚫린 심연과도 같은 구멍 두 개.
무심코 그 안을 들여다보지만 어떤 감정의 파편조차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기 무섭게,
그것은 마치 세상을 향해 격노하는 듯 크게 울부짖으며 기다란 팔을 후안 싱에게 휘두릅니다.

스켈레톤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스켈레톤의 선공격.

대상 | 후안 싱 |
명중 | 1 / 1 |
데미지 | 7 |
후안 싱은 스켈레톤이 휘두른 뼈를 회피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합니다.

대상 | 스켈레톤 |
명중 | 1 / TARGET:target|회피 |
데미지 | 16 |
후안 싱, 한번 더 공격해주세요.

대상 | 스켈레톤 |
명중 | 1 / 0 |
데미지 | 15 |
쿵, 후안 싱이 휘두른 검에 스켈레톤은 너무나도 쉽게 바스라지며 커다란 뼛조각들이 사방에 뒹굴고, 벽에 부딪힙니다.
검이 가른 해골의 두개골은 데굴, 데굴 굴러가 다른 사체들과 다를 것 없이 섞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쉬웠던 것 같아요. 본래라면 이런 괴물과 싸우는 건 그다지 원치 않는 일이었을텐데... 이렇게 힘이 셌었나, 의문도 가져봅니다.
어쨌든 살아남아서 다행입니다. 더 봉변을 당하기 전에,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적당히 매무새를 정리하며 짐을 챙겨 탑을 나간다.)
결국 이 안에서 사람을 발견할 순 없었군요. 다만 책 몇 권과 함께 후안 싱은 탑을 빠져나옵니다.
다시 공터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늦은 오후가 다 되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누구라도 찾아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숲속으로 걸어들어가니, 그나마 낮게 뜬 태양이 발하던 빛마저 나무들에 가려져 주위가 온통 컴컴해집니다. 조심해서 나아가야겠어요.
발밑을 주의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중,
후안 싱, 듣기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기준치: | 85/42/17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근처의 수풀 뒤쪽에서 여럿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가만히 멈춰서 귀를 기울이자, 발자국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치 당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처럼.
그러나 그 시선에는 전혀 호의가 담겨있지 않으며, 목덜미가 따끔할 만큼의 살기만이 압박해올 뿐입니다.
...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어서 떨쳐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후안 싱은 어떻게 할까요?

후안 싱은 그 적대적인 것들을 마주하기로 합니다.
그것들은 곧, 후안 싱의 목소리를 듣고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늑대의 몸을 가지고 있으나 두 발로 서 있는, 전설 속에서나 듣던 늑대 인간.
어둠 속에서 형형한 눈을 빛내며 후안 싱의 주위를 천천히 에워쌉니다.
웨어울프 3체와의 전투를 시작합니다.
후안 싱의 선공격.

대상 | 웨어울프3 |
명중 | 1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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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울프 한 마리의 팔이 잘려나가며 정체 모를 짐승의 큰 울음소리를 냅니다.
이어, 웨어울프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대상 | 후안 싱 |
명중 | 0 / 0 |
데미지 | 6 |

대상 | 후안 싱 |
명중 | 0 / 1 |
데미지 | 3 |

대상 | 후안 싱 |
명중 | 0 / 0 |
데미지 | 7 |
그들의 손톱이 재빠르게 공기를 가르고 짐승의 몸을 후안 싱에게 부딪혀오려 하지만, 후안 싱이 좀더 날렵하고, 우월했습니다.
짐승들은 후안 싱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을 준비를 합니다.
후안 싱, 공격할 차례입니다.

대상 | 웨어울프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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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울프의 목이 단칼에 떨어지며 그 몸뚱이는 멀뚱이 선 채 제게서 일어난 일을 인지하지 못하다 이윽고 피가 흐르고서야 뒤로 고꾸라지고 맙니다.
웨어울프3, 사망
웨어울프가 주둥이를 벌려 후안 싱에게 덤벼듭니다.

대상 | 후안 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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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후안 싱 |
명중 | 1 / 1 |
데미지 | 7 |
웨어울프 2의 이가 후안 싱에게 닿지만, 그의 몸이 아닌 칼날에 가 박힙니다.
다음, 후안 싱의 턴.
웨어울프가 후안 싱의 주위를 맴돌며 공격할 틈을 찾습니다.


대상 | 웨어울프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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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붙이는 웨어울프의 뺨을 가르고, 깊이 파고듭니다. 웨어울프2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후안 싱을 손톱으로 긁어내려합니다.

대상 | 후안 싱 |
명중 | 0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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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후안 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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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3 |
웨어울프 2는, 공격의 반동으로 흐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끝까지 찢기며 결국 머리가 잘리고야 맙니다.
웨어울프 1, 두려움에 눈빛이 변하나 이윽고 사망한 웨어울프 2에게 다가가... 그것을 섭취하고 맙니다. (공격력 상승)
동족의 피로 얼룩진 웨어울프 1은 후안 싱을 바라봅니다. 후안 싱의 공격 턴.

대상 | 웨어울프 |
명중 | 1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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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싱은, 늑대인간의 뼈와 살이 손 안에서 짓뭉개지고 한낱 종이처럼 사뿐히 찢어지는 그 감촉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웨어울프는 죽기 전, 마지막 발버둥으로 후안 싱에게 손을 뻗어

대상 | 후안 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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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으로 후안 싱을 노리나, 채 닿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질 뿐이었습니다.

웨어울프와의 전투 종료
넘치는 힘, 이정도면 드래곤도 쉽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후안 싱을 대적할 사람이, 생명체가 이세계에 있기는 한 걸까요? 검신에서 떨어지는 핏방울과 아직도 신경이 남아 꿈틀거리는 꺼림칙한 시체만이 후안 싱의 승리를 축하합니다.
다만 웨어울프를 상대하느라 시간이 오래 지났는지, 날이 이미 져버려 안그래도 어둑했던 숲은 한치의 빛도 없이 새카만 어둠에 휩싸였습니다.
일단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두운 숲은, 후안 싱을 해치려 언제든 달려들지도 모를 적들을 품은 숲은 흙을 밟는 소리마저 기분 나쁜 소음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다행히 삼림의 침묵은 깨어지지 않고 외나무다리 위의 짧은 평화가 얼마간 지속됩니다.
그런데 저건… 착각일까요?
나무들 사이 저 너머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긴장과 불안은 물러가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분위기가 전신을 감쌉니다.
어느새 정신이 들어보면 저절로 걸음은 빛에 한없이 가까워져 있고, 후안 싱의 눈앞에는…….
커다란 호수가 푸른 광채를 은은하게 발하고 있습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홀로 찰랑이는 물결. 반짝이는 빛의 입자가 춤추듯 수면 위를 떠돌고 있는 모습에 눈을 의심합니다.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중, 어디선가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직접 들려옵니다.
?: 저건!
??: 그건!
???: 이건!
?: 저 인간!
??: 그 인간!
???: 이 인간!
??: 정말로 와줬어!

???: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호수 주위를 떠다니던 빛의 입자들이 어느새 후안 싱의 주위를 둘러싼 채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그저 반딧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설마 이 목소리의 주인은…

???: 뭐하는 거야! (깔깔거리며 부산스럽게 후안 싱의 손을 피해 포르르 날아다닌다.)
??: 기다렸어!
???: 같이 놀고 싶은 거지?
?: 놀다 갈래?
여럿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웅웅 울려 대 정신이 사납습니다.
?: 이리 와! 어서!
??: (빛무리 중 하나가 후안 싱의 손 끝에 닿자 옅은 온기가 느껴진다. 만져지진 않지만.) 준비해놓은 게 있단 말야!
?: 맞아!
???: 그 분 말대로!

?: 에엥
???: 에에에에엥
?: 바보가 되어서 왔네!

??: 이리 와, 이리 와~

?: 정말 바보가 됐잖아!
??: 어떻게하지?
?: 그래도 괜찮아! 우리는 다 준비했거든!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귀찮은 빛들입니다.

(호수에서 벗어날 길은 보일까?)
빛무리는 후안 싱이 따라오든, 말든 하나로 뭉쳐지며 호수가를 향해 날아갑니다.
후안 싱이 빛무리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같이 안 놀려고? 아쉽네에. (손가락에 얹어져있던 빛 하나가 말한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잘 가! 날이 밝으면 해가 뜬 쪽으루 향하고~!
이윽고 그 빛은 몇 번 깜빡이다 꺼지는 불처럼 사라져버립니다.

눈 깜짝할 사이, 호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을 잃고 평범한 물로 돌아가니 후안 싱은 숲에서 그러했듯, 다시 홀로 남겨집니다. 더이상의 귀찮음이 없다는 건 좋네요.
착한 놈들이었을까? 하지만,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아무나 따라가서 상황을 더 최악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할 순 없지요.
호수 근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제 시간은 날이 완전히 저문 심야여서 멀리 이동하는 건 위험해보입니다. 결국 노숙을 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후안 싱은 작게 불을 피우고, 침낭을 펴고, 잠시간이라도 눈을 붙일 준비를 합니다.
...
...
잠든 후안 싱은 어느새 몽롱한 기분으로 어떤 풍경을 관망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습니다.
아, 그래요. 이건 꿈이군요.
자신과 슈에 펑이 아까 그 호숫가에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지만 둘 모두 행복한 듯 웃고 있으며, 그 주위를 빛무리들이 떠다니며 하늘하늘 춤추고 있네요.
이상합니다. 이런 기억이 있을 리 없는데.
그도 그럴게, 후안 싱은 이 세계에 처음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슈에 펑은 달나라에 가있으니 여기 있지도 않은걸요.
아니면, 어쩌면… 슈에 펑 또한 이 세계 어딘가에 홀로 떨어져 헤메이고 있는 걸까요?
...
의문을 더 이어가기도 전에, 어슴푸레한 감각은 아득히 멀어지고 ... ... 곧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잠에 듭니다.
~잠시 휴식시간~
재시작
…간밤에 꾼 꿈은 대체 뭐였을까요? 아무리 고민해봐도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그저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 헛된 걸 봤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일단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죠.
어젯밤 헤어진 빛무리에게 ‘해가 뜬 쪽으로 향하라’는 말을 전해 들은 걸 떠올립니다. 당장에 다른 방법도 없으니, 속는 셈 치고 일단 가봐야겠어요.
하늘이 가려지지 않은 호숫가에서 태양이 있는 방향을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길은 험난하고 숲은 여전히 후안 싱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가끔 삐져나온 나뭇가지가 얼굴에 긁히려는 것을 겨우 쳐내며, 확신 없는 발걸음을 계속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체력적으로는 괜찮을지언정, 끊임없이 반복되는 풍경에 슬슬 속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끝 없인 시작 또한 없는 법이니, 이 숲 또한 그러했습니다.
어느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며 수림의 가장자리로 나왔습니다. 각오를 다지며 빠져나오면 푸른 초원이 이어지고, 마침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면…
광활한 산맥을 마주합니다.

산을 오르는 데엔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전히 힘은 남아 있고, 숨이 가쁘지도 않아요. 아직 높이 오르지 않아 야트막한 언덕과 들판이 연달아 이어집니다.
빵을 먹던 도중, 후안 싱, 지능 다이스.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머리가.. 어째 잘 돌아간다)
이래서 사람들이 귀농을 하나봅니다. 쌩쌩 잘 도는 머리로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도달했건만 원정대의 자취는커녕 사람 그림자조차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들은 분명 오랫동안 드래곤을 토벌하기 위해 산맥에 찾아왔다고 했으니, 길을 헷갈릴 리가 없는 데도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의문만이 쌓여갈 뿐입니다. 정말 그들이 배신한 거라면... ... .
그때, 풀밭 저편에서 무언가 어른거리는 형상을 발견합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봐도 이 거리에선 무엇인지 알 수 없을 것 같네요. 더 가까이 다가가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후안 싱은 겁 먹을 것이 없습니다. 그 무언가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갑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형태가 확실하게 보여야 하는데, 아무리 가까이 가도 그저 일렁이는 검은 그림자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유해한 물체는 아닌 걸까? 영문을 알 수 없어 꺼림칙한 기분으로 지나치려 하자마자,
‘무언가’가 후안 싱을 향해 덮쳐옵니다.
얼굴도 표정도 없지만, 적어도 그 행위가 호의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만은 명확합니다.
차원의 부랑자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후안 싱, 선제공격.

대상 | 차원의 부랑자 |
명중 | 1 / 0 |
데미지 | 11 |
연기처럼 일렁이는 그것은, 후안 싱의 공격이 통한 건지 통하지 않은 건지 알 수도 없습니다. 베는 감촉조차 느껴지지 않아 의문스러울 정도로.

대상 | 후안 싱 |
명중 | 1 / 1 |
데미지 | 5 |
연기가 후안 싱을 덮칩니다. 눈 앞이 매캐하고 잔기침이 나오지만,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은 듯합니다.
다시, 후안 싱. 공격 아닌 공격을 할 때입니다.

대상 | 차원의 부랑자 |
명중 | 0 / 1 |
데미지 | 10 |
후안 싱의 눈 앞이 흐려진 탓일까요? 칼은 연기를 스치지 못하고 허공을 가릅니다.


대상 | 후안 싱 |
명중 | 1 / 1 |
데미지 | 6 |
다시 한 번, 연기가 후안 싱에게 일렁이며 다가옵니다. 떨쳐낼 수 없는 검은 흑암에 둘러싸인 후안 싱의 숨이 점점 막혀옵니다.
후안 싱이 이 불쾌한 것을 뿌리칠 방도를 찾으려 생각하던 찰나,
어느새 기묘한 감각이 후안 싱을 덮쳐옵니다. 앞에 선 역겨운 연기로 인한 것이 아닌...
그리고 그것은 이 연기조차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땅이 울립니다.
갑작스레 강풍이 불기 시작하고
산맥 전체가 크게 진동합니다.

후안 싱의 다리도 지지할 곳을 잃어 휘청이기에, 들고 있던 검을 땅에 박아넣어 겨우 자세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높은 하늘 끝
시선 너머에서 무언가 빠르게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져 태풍으로 변질되고, 들판의 나무들이 휘어질 듯 흔들립니다. 구름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머리 위로 거대한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한낮의 태양볕은 더 이상 후안 싱을 비추지 못하고, 오로지 하늘 위의 그 존재만을 비추겠다는 듯 후광의 잔재로 변모합니다.
산맥을 통째로 뒤흔드는 그것의 포효.

이곳의 주인이자 후안 싱의 적, 드래곤입니다.
시야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그것은 들판을 모두 덮어버릴 듯 기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느릿하게 착지합니다.
동시에 방금까지 싸우고 있던 검은 덩어리는 직전까지 동작을 멈추고 있다가, 황급히 도망치듯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쾅
용의 집채만 한 앞발이 찰나의 차로 그 자리를 빗겨나갑니다.
그리고, ...
...
정적.
이제는 둘 뿐입니다.
광대한 시선이 후안 싱을 내려다봅니다. 동시에 깨닫습니다.
이곳에 방문한 시점부터 후안 싱의 목숨은 용의 손아귀에 놓였다는 사실을요.
제아무리 어떤 힘을 갖고, 가호를 받았다한들... 후안 싱은 이것을 이길 수 없음을 본능이 속삭입니다.
처음 느끼는 공포, 그 압도적인 권력에, ...팔다리가 굳어 움직여지지 않고,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입가가 바싹 마릅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넋을 놓고 있자, 현대의 어떤 병기보다 단단하고 흉악해 보이는 발톱이 후안 싱을 향해 쇄도합니다.
후안 싱, 이성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5/6)

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수치 5 감소.
이대로 죽는 걸까. 후안 싱은 찾아온 죽음을 반기려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막연한 감회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고 맙니다.

...
눈을 뜨자, 포근한 이불과 푹신한 쿠션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낯선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던 와중 기절하기 직전의 일을 떠올리곤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살피니,
고개를 돌린 자리 그곳에…….
슈에 펑입니다.



(가까이 와 보라는 듯 손짓한다.)




내가 헛것을 보나 싶었지. (손을 떼고는 다시 지긋이 바라보다가 묻는다.) 네 내가 아는 이가 맞니?

자, 많이 지친 것 같던데.... 일단 식사부터 하자. 저녁이란다. 준비는 내가 할 테니 쉬다 나와도 좋아.
(그것은 후안 싱이 깨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며 침실을 벗어난다. 후안 싱의 허락없이. 그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후안 싱은 방에 홀로 남겨집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 . 어쨌든 이곳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안 싱의 몸은 멀쩡합니다. 아니, 되려 더 좋아진 것도 같은 기분입니다. 피로가 풀린 덕일까요?
창문은 작은 유리창으로, 저녁이라고 말한 슈에 펑의 말처럼 바깥은 어둑어둑합니다. 몇 시간이나 기절해있던 걸까요? 애초에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거지?

목재로 만들어진 옷장입니다. 열어보니 당연하게도 지극히 판타지스러운 옷들이 잘 정리되어 걸려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관찰다이스)

기준치: | 85/42/17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옷들을 뒤적거리다, 안쪽에 후안 싱의 세계에서나 입던 현대적인 복장 또한 같이 보관되어 있는 것을 찾았습니다.
어째서 이런 옷들이? 게다가 이건… 모두 후안 싱의 사이즈에 딱 맞는 옷들인 것 같아요.

(몇 일 전의 꿈이었을지 모를 것을 생각하며 잠시 여러 가설을 세워보다가 몸을 돌려 욕실로 향한다. 내 몰골도 볼 겸.)
욕조와 변기, 세면대가 구비되어 있는 욕실입니다.
모양새는 조금 구식이지만 오히려 고풍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심플한 모양의 수도꼭지를 돌려보면 깨끗한 물이 콸콸 흘러나옵니다. 온도조절도 가능한 것 같아요.
세면대 거울에 비친 후안 싱은... 숲을 다닌 덕분인지 조금 꼬질꼬질합니다.

후안 싱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기로 합니다. 어푸어푸. 뽀송뽀송.

두세 명 정돈 거뜬히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사이즈의 침대입니다.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불도 베개도 무척 깨끗하고 포근합니다.
특별히 볼만한 건 없어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어디선가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가자…….
간단한 구조의 부엌과 거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엌에서는 슈에 펑이 무언갈 조리하고 있으니, 그는 내버려두는 것이 좋아보이네요.

(테이블 위에 뭐가 있을까.)
거실로 이동하니, 낮은 협탁과 그 앞의 기다란 가죽 소파가 놓여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벽난로도 설치되어 있네요.
원목 테이블 위에는 먼지 하나 쌓여있지 않고 깨끗합니다. 물건 역시 놓여있는 게 없습니다.

이 문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요? 손잡이를 달칵거려보지만 잠겨 있는지 열리지 않습니다.
특별히 열쇠 구멍 같은 건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네요.

적당한 크기의 나무 식탁. 이미 두 명 분의 수저와 식기가 세팅되어 있고, 두 개의 의자가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기묘한 느낌에 조리대 쪽을 살펴보면, 그곳에 있는 식기들도 모두 두 명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슈에야. 멀었어?

후안 싱은 거실과 부엌을 둘러보다보니, ... 지능 다이스.

기준치: | 75/37/15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까부터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서야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겠습니다.
이 저택에는 출입문이 없습니다.
어디에도요.


왜 그런 표정이니. 앉으렴. (식탁 의자 하나를 빼어 먼저 자리하고서는, 후안 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별 거 아니란다. 그냥, 이 많은 걸 준비하려고 우리 선주가 얼마나 애를 썼을까 싶었지.
(모서리를 돌아 느리게 의자를 빼어 자리에 앉으며 덧붙인다.) 그리고 와인 좋지. 괜찮은게 있니.

(고풍스런 유리잔에 붉은 과실주를 담아주면서도, 그 시선은 후안 싱에게서 떨어지질 못한다.) ...너는 왜 나를 선주라고 부르니.

너는 나의 선주이고, 이었기에, 아직 그리 부르는 것인데. (또 하나의 잔에 술이 차기를 기다리는 듯 손은 유리잔의 발을 지긋이 누른 채다.)
내 슈에야, 했을 때엔 답하지 않았어.

(제자리로 돌아간 그것은 제 잔에도 역시 술을 채운다.) 너는 아주 영리하지. 나는 그걸 안단다. 후안 싱아.

너는 왜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니.


네가 그 검은 용이었다?

그렇기에 너의 첫 질문은,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던 거란다. 후안 싱아.

(턱을 괴고 보다가 다시 몸을 바로한 채 양 팔을 식탁 위에 턱 얹어두고 묻는다.) 그렇다면 왜 그 모습을 하고 있니. 내 옷은 왜 저기 있고. 여기는 어디며.

너를 처음 보았으니 확신은 못하겠다만. 아마 많은 것들이 더 닮았으리라 가히 말하겠구나.

네가 알던 나는 어떤 이였니.

많은 것을 가졌어도, 언제나 부족함을 느꼈단다.
인간보다는 나와 가까웠어. ...그렇기에 많은 인간의 질투와 동경을 받았지. (시선이 내려가며 붉은 술이 든 잔을 가만히 응시한다.) 인간으로 사는 삶은 지루하다 말했고.

해서, 그 '나'는 어디로 가고. 혹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나랑 뒤바뀐 건 아니겠지.


'나'는 너를 무어라고 불렀어.


하필이면 내가 달나라로 보낸 이가 왜 이 곳에서는 날개를 달고 있는지.. (눈웃음을 그리며 목 울려 웃는다.) 그 점도 제법 재미있고.

구태여 이름을 짓지 않았단다.

그럼 내가 이름을 지어도 된다는 말이겠다.

식사를 하고, 잠을 청할 때 생각해보렴.

그래, (곧 식기를 들고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을 골라 덜어온다. 고기를 달고 짠 양념에 볶아낸 음식이다.) 식으면 곤란하기도 하고.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동안, 몇 마디를 더 주고 받았으나 그것이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후안 싱은 그 용을, 용은 후안 싱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으니.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받는 조건 없는 호의. 본래의 세계를 그리는 향수의 매개체.
슈에 펑, 아니, 그 용은 후안 싱이 늦은 밤 침실로 돌아가 잠을 청할 때에도 곁에 앉아 그를 지켜주었습니다.
후안 싱이 완전히 잠들기 직전, 누군가 후안 싱의 손을 잡는 감촉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
후안 싱은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니, 동이 트기 직전입니다.
짙푸른 새벽하늘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슈에 펑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나가는 소리였을까요?
…어쩌면 지금뿐일지도 모릅니다.
그의 시선 없이 이곳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요.

(거슬리는 방이 있었지. 방 밖으로 나가서 집 안을 둘러보다가 바로 테이블 맞은 편의 문을 잡고 열려해본다.)
밤의 저택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후안 싱이 걸음을 옮기는 소리만이 바닥과 부딪혀 뚜벅, 뚜벅, 무감각하게 반복됩니다.
잠겨 있던 방의 문고리를 돌리면…….
단단히 굳어 있던 낮과는 달리, 마법처럼 부드럽게 열립니다.
서재가 오픈됩니다.

의자 두 개가 붙어 있고, 책상 위에는 책장에서 꺼낸 듯한 책 여러 권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가죽 표지로 엮인 두꺼운 노트 한 권이 보이네요.

핸드아웃: 노트가 나눠집니다.
4732, 결국 그가 죽었다.
5257,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한 번 져버린 생명은 다시 피어나지 않는 것인가.
5462, 기다리기만해서는 만날 수 없다. 그를 다시 만날 방도를 찾아야 한다.
6070, 방법을 찾았다. (...) 이 세계의 바깥에서 온 신은 그를 다시 만나는 법을 알고 있을까?
6171, (생략)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같은 영혼을 가진 이라는 것을.
6415, 나는 고명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채 인간들의 왕국으로 내려갔다. (중략) 나의 눈을 뽑아 그를 보호할 장치를 만들었으니 그가 어디에 있든 알 수 있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뿐이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6803, 그가 왔다.
6803, 나는 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기를 너에게 보여줄 것이다. ... (후략)
... ... .

(수첩을 덮고 가죽 표지를 엄지손가락으로 서너번 두드렸을까, 그것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간다.)
...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가보는게 좋겠어.
(그리고 그에게 잡으라는 듯, 제 손을 내민다.)

6803일?

그 손을 맞잡으니,
시야가 깜빡이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뀝니다.
단란한 분위기의 목조 저택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동굴의 입구 부근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동굴 바깥으로는 침실의 창문으로 보았던 그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옆에는 슈에 펑이 결연한 표정으로 동굴 너머를 바라보며 후안 싱의 손을 꼭 잡은 채 서 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찾았다!
?: 여기다!
귀를 기울여보면, 그 목소리는 원정대 사람들의 것임을 알게 됩니다.
돌아간 줄로만 알았는데? 의문도 잠시, 그들의 외침이 가까워지며 이윽고 저 멀리서 모습이 드러납니다.
원정대1: 용사님!
원정대2: 역시 이곳에 계셨군요!
원정대1: 믿고 있었습니다!
더 가까이 오지 않고, 딱 목소리가 닿을 정도로만 거리를 좁힌 그들은 동굴 입구에 서 있는 후안 싱과 용을 보더니, 반색하며 악을 지릅니다.
원정대1: 용사님! 속지 마세요! 그것은 사악한 드래곤입니다!
원정대2: 용사님을 홀리기 위해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겁니다!
원정대의 고함이 이명처럼 울립니다.


용은, 후안 싱의 손을 슬며시 놓고 몸을 돌려 그의 앞에 선 채 시야를 가립니다.
용의 뒤로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태양이 그의 몸에 빛을 비추며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마치 처음 만난 그 순간처럼.
검은 고대룡의 기다란 동공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빛 없이도 형형이 빛나며 후안 싱을 정면에서 바라봅니다.
다만, 외눈으로.
후안 싱은,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이 검고 사악한 용에게 맞서 용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칼을 내려둘 것인지.

그래, 다소 고민했다만 그 이름이 좋겠다.
이세계의 나를 보았다면 이 선택 또한 알텐데... (그의 너머에 있는 자들에게는 별달리 시선을 두지 않는다.) 다만 묻고 싶은게 있어, 범아.


내가 바라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겠니.

너는 말했지. 네가 달나라로 보낸 이가, 왜 이곳에서는 날개를 달고 있느냐고.
그 답은 간단하단다, 후안 싱아.
네가 나의 인간과 같은 영혼을 갖고있듯, 나 역시 너의 인간과 같기에.
잔혹한 삶이란다.

사랑이라는 것을 주었나보다. 그렇니.
그래서 내게 그렇게 웃을 수 있었겠지. (한 번도 내 앞에선 그렇게 웃지 못했던 슈에야. 우리 선주.)

그렇기에 나는 네게 절망했고.
너는 나의 인간이 될 수 없겠지.

너는 내가 사랑한 세계에서도, 내가 '사랑'하지 않았던 세계에서도.
나를 갈망하고 나로 인해 비탄하는구나.
(무겁기만 한 검을 그 집 채 바닥에 내던지고서 손등으로 역광에 빛나는 뺨을 쓸어내린다.) 이 아름다운 사람이 말이야.
모든 차원에서 공통되는 나의 원죄. (여상하게. 그 목소리와 웃음으로.)

나 역시, 네게 마지막으로 물으마.
이 모든 힘을 버리고서도,
이 모든 영광을 뒤로하고서도,
너는 가겠어?

네가 주는 힘과, 영광과, 이 근사한 자태는 필시 매혹적이나.
나는 내가 가져야 마땅할 힘과 영광이, 또 다른 권세와 야욕이 내 본래 있던 곳에 있구나.
'너'를 보낸 바다도, 달도 그 곳에 있고.
내 사람들 또한 그 곳에 있어서 나는 나의 항을 버릴 수가 없다.
보내주어.


가혹한 자야, 네 선택을 나는 따르려한다.
후안 싱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있을 세계가 아님을 되새기며, 당신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선택을요.
검은 용이, 알 수 없는 언어를 읊조리는 것도 같았습니다.
이윽고 후안 싱이 가진 보석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눈부실 정도로 환한 빛이 터져나와 공간에 녹아듭니다.
빛이 점차 사그라들자 그 자리엔 찬란한 오색빛의 소용돌이가 나타납니다.
용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 원정대와, 후안 싱을 차례대로 번갈아 봅니다. 그리고 후안 싱만이 들릴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 나는 너를 기다리겠지. 진정한 의미로, 내게 돌아와 줄 때까지. 후안 싱아.

... 그리고 범아.
만 년은 채우지 말아. 인간이란 그렇게 덧없단다.

용은 웃고 있는 듯했지만, 짙은 슬픔의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후안 싱을 배웅하려 하고 있습니다.

후안 싱은 차원문을 향해 걸어갑니다.
수많은 세계, 수많은 시공, 수많은 기억들이 찰나에 스쳐 머릿속을 헤집습니다.
아, 지난밤에 꾸었던 꿈에서 본 장면이 보입니다. 아까까지 있던 집에서 그와 행복하게 웃고 있는 후안 싱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와 함께 보낸 수많은 나날들.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들.
이 모든 기억들은 당신의 것이며, 당신의 것이 아닌…….
거짓된 기억들.

참 이쁘게도 웃어.
아득해져만 가는 의식 가운데, 친숙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흩어집니다.
후안 싱이 아는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커다란 소리로요. 울부짖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용사는 너희들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갔다!
이것은 무고한 자를 이용하려 한 과욕이 낳은 결과다.
용의 분노를 산 자들이 살아 돌아간 적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마.
마치 일부러 아주 나쁜 괴물을 연기하는 듯한 어조입니다.
당신이 정의로운 용사를 잠시나마 흉내 냈던 것처럼.
난폭한 포효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상냥한 말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나도 네게 마지막 선물을 주마, 후안 싱. 영혼의 반려여.'
선물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용은 얼마나 오랜 기다림을 가지게 될까요. 만년을, 후안 싱의 또다른 영혼으로 보답받게 될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의, 허상과도 같은 과거일 뿐.
모든 소리와 기억과 감정이 뒤섞여 검게 물듭니다.
그리고
... ...
눈을 한 번 깜빡이면,
보름달이 뜬 부둣가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세계에서 입고 있던 복장이 그대로라는 점이군요. 검은 사라지고 없지만, 다른 가족이 보면 웃을지도, ... ...
...
후안 싱의 발 아래, 무언가 보입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파도에 떠밀려 온 것처럼 온몸이 흠뻑 젖었고 체온이 식어 창백해진 피부를 가진...

(몸을 굽히고 손을 뻗어 팔뚝을 쥔다.)
맥박이 뛰고 있습니다.

용의 선물.
어설픈 용사의 여정은 드디어 끝입니다.

내 정말 용사가 되었구나. 그치.
후안 싱의 곁에는 슈에 펑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가 함께하는,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던
...
소중한, 아주 소중한 미래임이 분명합니다.
END.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