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합니다.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열차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열차의 내부.
흔들리는 손잡이,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창 너머의 풍경, 사용감이 있는 맞은편 좌석의 시트….
익숙한 것들 투성이인 열차의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점이라고는
객실이 텅 비어있다는 점 뿐입니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왜일까요.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적적한 열차를 오로지 시선만으로 훑고 있었을 때였나요.
문득 열차 내부의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얀시, 관찰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눈 앞이 흐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얀시는 마른 손으로 눈을 문지르고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다보면 문득 기대고 있던 창 너머로 시선이 돌아갑니다.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어느새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꼭,
세상을 수몰시킬 것처럼.
이 비는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걸까요?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제법 맑았던 것 같은데…
얀시, 지능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글쎄요, 정말 잠들기 전까지만해도 날씨가 맑았던가요?
얀시는 문득 부자연스러운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그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언제 이 열차에 올라타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먹칠을 한 듯, 머릿속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뿌옇고 흐릿한 기억만이 잔존합니다.
얀시, 이성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0/1)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덜컹
어지러운 머리를 갈무리 하기도 전에, 열차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품에 안고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물건을 관찰해봅니다.
얀시는 발치에 나뒹구는,
국화꽃다발을 발견합니다.
품에 안고 있던 무언가는 아무래도 국화꽃다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 충격 탓이었을까요? 순백색의 꽃잎 몇송이가 바닥에 흐드러진 것이 보입니다.

꽃다발을 안아드는 순간,
얀시, 듣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 순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짧막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마치 틴벨과 같은 소리였습니다.
...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레티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얀시는 레티가 잠들어있는 무덤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 ...
문득 열차는 인적이 드문 역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들어서는 승객의 모습에 얀시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열차 안에 들어선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레티였으니까요.
고즈넉한 빗소리가 귀를 먹먹히 울리는 텅 빈 열차 안, 죽었던 레티와 조우하게 된 얀시,
이성 다이스를 굴립니다. (1/2)

기준치: | 70/35/14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참고로 '이성'은 지능과 이동력 아래에 위치해있습니다. (정신과 같기에 지금은 넘어갑니다.)
이성 수치 1 감소.
레티, 레티... 그가 어떻게?
맞붙고, 멎습니다.
맞붙는 것은 허공 위로 겹쳐진 두 사람의 시선.
일순 멎는 것은 얀시의 호흡.
그뿐입니다.
얀시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때로 꿈보다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지금껏 비현실적인 현실을 여러 차례 맞이해가며 이토록 불친절하고 잔인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비현실적인 현실이요.
레티는 분명 1년 전에 죽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돌이킬 수 없는 사고에 휘말려서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 곁에 있어주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의 부재를 부정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니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은,
레티가 아닌 레티를 지나치게 닮은 사람일 겁니다.
꿈보다 비현실적인 현실의 나날 속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비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돌아올 수는 없잖아요?
혼란 속에 빠져있는 당신의 상태를 눈치챈 걸까요. 막 열차에 올라탄 레티를 닮은 이는, 얀시의 생각을 부정하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앉아있는 좌석 옆에 앉습니다.

아, 저 웃는 얼굴. 저 목소리. 나를 바라보는 두 눈동자. 아무리 부정하고 잊으려 애를 써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웠고, 그리웠기에 나날이 새로운 처절함과 아픔을 느끼게 했었던 저 두 눈처럼요. 정차했던 열차는 오로지 두 사람만을 태운 채,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얀시는 받아들이고 맙니다. 레티를 닮은 이는,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 아닌 레티 그 자체라는 사실을요.
당황했나요? 아니면 반가운가요? 혹은, 슬픈가요
막연히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혹여나 꿈에서라도 너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게 된다면, 품에 끌어안고 못다했던 말들을 쉴새없이 토해낼 것이리라고. 그런 다짐을 했었는데.


(그러나,
내게 선택권을 주지 않으려는 듯 건네오는 너의 목소리.
이게, ...이게...)
말이 돼? (생각 끄트머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온다.)


네 무덤에 간다고 하면, 너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이게... 말이 되냐고. (시선이 어지럽게 열차 안을 떠돈다. 하지만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내 눈길은 결국 너에게로.)

덜컹.
다시 한 번 객실 내부가 얕게 흔들립니다.

그 순간,
얀시,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레티를 보고 놀란 탓인가요? 아니면, 온 시선이 레티를 향해있기 때문일까요? 죽어서도... 제 옆에 앉은 이에게요.





나-나...나ㄴ, 나는 그랬거든, 그... 그래서 열차, 비-빌렸, 하흐흐, 빌렸지... Just For you! (깔깔거리는 웃음)

네 높은 웃음소리가 열차에 울려퍼지는데도 내 표정은 풀어지질 못하다가 내 손이 너에게로 뻗어지는 순간, 옅은 미소가 내 입술에 번진다. 네 팔을 조금 단단히 붙잡는다.)
지금 잡은 네 팔을 두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보고싶었어. 레티. 어디있었어. 어디있었어...
...잠시만. 열차를 빌렸다니? 무슨 소리야? (네 얼굴을 마주하며 웃는 그대로 의아한 표정이 겹쳐진다.)

비, 빌린 건- 빌린 거지! 네-네가 가기로 하...하, 한 곳까지 같이 갈 거야. (손등을 다독이던 손가락이 굽어지며 그를 꽉 잡는다.) 아, 아... 안, 안전하게. 안전하게... 안전하게. 으응.
그, 그러니까... 내 여-여... 옆에서 떨어지지마, 알겠지? 이-이, ..잃어버리면! 미아차, 찾기 방송 아-아..안 해줄 거야? 히힉, 힉.

(열차 안을 관찰해 볼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얀시, 관찰 다이스를 굴려볼까요?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덜컹.
얕은 진동 탓에 시야가 갈라짐과 동시에,
문득 옆차의 앞칸, 그리고 뒷칸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
이상합니다. 열차의 앞 칸에도, 그리고 뒷 칸에도 승객이라고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운전수도 없는 것 같은, 이 열차.
그저 얀시와 레티 둘 만을 태운 채 홀로 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달리고 있습니다.
얀시가 주위를 둘러보던 순간,
치직거리는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이번 열차는 다음 정거장까지만 운행됩니다. 종점까지 향하는 승객 여러분들은 열차에서 내린 뒤, 그 다음에 도착하는 열차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갈까?

열차는, 곧 정차합니다.
얀시와 레티는 손을 마주 잡고 정거장에 내립니다.
/
열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협소한 간이 정거장 아래로 들어섭니다.
빗줄기는 여전히 이 세상을 침수시킬 것만 같이 맹렬합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간이역 지붕 아래, 뒤로는 담장 형식의 벽면이 기둥처럼 세워져있고 그 중앙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열차 그림이 새겨진 표지판 또한 눈에 띕니다.
얀시는 [벽면]과 [벤치], 그리고 [표지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웃으며 네 손을 잡아 이끌어 벤치로 다가간다. 행여 잠깐 서있는 것만으로도 네 다리가 아플까, 마음속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벤치를 관찰합니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평범한 나무 벤치입니다.
지붕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을 막아주는 탓에 젖은 부분 없이 바짝 말라있습니다.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쉬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레티는 무언가 불만스러워 보이네요. 얀시가 노는 걸 막은 탓이겠죠.

(너를 계속 보고, 또 보고, 괜히 손을 건드려보았다가 다시 본다. 여전히 열차는 소식이 없고 주위를 둘러보니 표지판이 눈에 보인다.)
나, 저것 좀 보고 올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순간 가슴을 쿵, 울리며 불안감이 스친다. 너를 등지고 저기까지 걸어가는 동안, 네가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아니야. 같이 가. (네 손을 붙잡고 다시 일어나게 한다. 저도 자신이 멋대로인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어. 너와 또 다시 헤어질 수는 없어.)
(레티의 손을 이끌고 표지판에 다가갑니다. 무엇이 적혀있나 살펴봅니다.)

(더이상 버티지 않고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표지판으로 향한다. 발로 한번 표지판을 툭 차는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고작 그것 뿐이다.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손. 이것으로 정말 나는 죽었다고, 네가 다시 느끼진 않을까. 고개를 기울여 그 새 옷이라는 등에 이마를 기댄다.)
간략한 열차 그림이 새겨진 역 표지판입니다.
표지판 아래 노선도가 붙어있습니다.
노선도를 확인해볼까요?

(노선도를 확인해봅니다.)
노선도를 보니,
...
평범한 노선도가 아니네요.
아니, 이를 노선도라고 칭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노선을 알리는 안내판에는 노선도 대신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색상에 따른 국화꽃의 꽃말]
흰색: 감사함, 진실함, 성실함
분홍색: 정조
노란색: 순정
...색: 내 ... ...에게
맨 아래 적혀있는 국화꽃의 색상과, 색상별 의미는 칠이 벗겨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다른건 없나? (안내판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해봅니다.)
얀시,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표지판을 살피던 얀시는, 이내 간이역 상단에 매달린 또다른 역 안내 표지판을 발견합니다.
노선도가 적힌 것과는 달리, 여느 역마다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표지판.
표지판에는 [글자]가 적혀 있지만, 약하게 긁혀 훼손된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 읽어볼까요?

흐릿하지만, 글자를 끼워맞춰보면...
표지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열차가 도착합니다.
표지판의 글자를 읽은 얀시, 지능 다이스.

기준치: | 85/42/17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름이라... 얀시는 막연히 떠올립니다.
'레티의 이름을 불러야 다음 열차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요.

... (왠지 저도 모르게 너와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레티. ...레티?

왜, 였을까요.
나지막이 당신의 이름을 마주 부르는 레티의 목소리는 어딘가 한구석, 차게 식은 빗물에 젖어 번지는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물에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아요. 얀시, 당신은 당신을 바라보는… 한없이 사라질 것만 같은 레티의 체온에서 무엇을 읽어냈나요.
레티에게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혹은, 내버려둘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묘하게, 그러나 분명히 달라진 너의 목소리 고조. 너를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게 만드는 한기에 조금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괜찮아?
(레티에게 심리학 판정을 해봅니다.)
얀시, 심리학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레티는, ...글쎄요. 약에 취해 원래 자주 몸을 떨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 때문에도 추위 때문에도 아닌...
큰 슬픔으로.
처절하게 느껴질 수 있을 마음으로 얀시의 손을 잡고 얀시를 마주봅니다.
전해지는 떨림에서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것 같고, 손에 잡았다고 한들 감히 위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애절함이 전해집니다.
아주아주 방대한, 온 삶을 통틀어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미칠듯하고도 강렬한 억겁의 슬픔이 빗소리에 잠식되어갑니다.
그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걸까요? 항상 실없이 웃던 그였는데.
얀시, 이어 지능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보면 레티의 입술 바깥으로 터져나온 '나'의 이름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레티는 열차에서 조우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까요.

...
달리 말을 건네기도 전에, 장대비의 포화를 가르고 라이트가 번쩍입니다.
그리고 곧이어 열차 한 대가 역에 정차합니다.

열차는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레티. 가자. (손을 툭, 툭, 살짝 잡아 이끌며 주의를 끌어본다.)


(열차의 내부를 둘러봅니다.)
얀시가 열차에 올라타는 순간,
얀시. 듣기 다이스.

기준치: | 50/25/10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
어쩐지 단말마와 같은 이명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빗소리 탓에 명확한 사고가 서지는 않지만요.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모두 열차에 오르자 문이 닫히고 열차는 천천히 빗길 속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열차는 첫 번째 열차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이 안에 존재하는 탑승객은 오로지 얀시와, 레티. 두 사람 뿐입니다.


오늘은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나오나 봐. 또 우리 둘만 타고 있네.
...비가 많이 온다.

자리에 앉은 얀시는, 품 안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들어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아. (문득 아래를 내려다본다.)
(제 품에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얀시의 품에는 저번 열차에서 주워들었던 국화다발이 있습니다.
다만, 일전보다 조금 생기를 잃은 것처럼 보이네요. 마냥 하얗던 꽃잎 끝이 짓밟힌듯 옅게 시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더라. 붓을 숨겼던가. 팔레트를 숨겼던가. 어디뒀냐고 어깨를 잡고 흔들던 네 모습이 선하다. 꼭 어제의 일처럼.)
그, 그... 그, 그림은 아직도 그려?

그러니, 이 꽃은 뭔가 이상하다. 분명 생생한 꽃이었는데. 아... 그런데 이 꽃이... 아까부터 계속 나한테 있었던가? 잠시 레티에게 맡겼었나? 오늘은 자꾸만 머릿속 기억이 흔들린다.)
그 때 그냥 나갈 걸 그랬네. (네 말에 풀어지는 웃음을 지으며 머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림은...
전보다는 덜 그리지만, 여전히 그리지. (붓이며 연필, 나이프를 놓은지는 꼭 1년이 되었다.)

더는, 내가아, 아- 안.. 안 괴롭힐거구? (킥킥거리는 웃음소리) 응?

그리고 그 365일동안 수천만번 너를 머릿속에 그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에만 있는 그림들. 하나라도 손으로 그려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가 밀려오지만-
어차피 네가... 네가 이렇게 있는데, 지금 안 그려온 대신에 돌아가서 그리면 안될까? 네가, 이렇게 '있는데' ...)
(안 그러려고 하는데, 이 세상에 가득 차오른 빗물처럼 내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다. 떨리는 입꼬리에 힘을 주어 웃어보인다.) 나 이제, 네가 얼마든지 방해해도 아무렇지 않게 그림 그릴 수 있어. 너랑 같이 있는 동안에 단련됐다구.
계속... 계속 괴롭혀 주면 안될까? 계속 말걸고, 돌아다니고, 날 흔들고, 부르고, ...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아닌지 자신 조차 알지 못한 채 수없이 곱씹었던 바람을 너에게 쏟아놓는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이상한 날이다.)

(나는 지금 네 옆에 있고, 언제나 그래왔듯 너를 괴롭히고, 못살게 굴 뿐이다. 한 마리의 쥐처럼. 귀찮게. 요란하게. 지금도 나는 네게 네가 원치 않을 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쉬, 쉬..쉬쉬쉬... ..... . 괜찮아.
문득, 얀시에게는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그 언젠가의 평범하고 행복했던 기억.
당신의 옆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레티가 자리하고, 우리는 조용하고도 한적한 열차 안에 앉아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상기해낸 평화로움도 잠시,
...
얀시는 갑작스러운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쎄, '서늘함'이라는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요. 두려움, 공포, 슬픔, 당황스러움. 모든 불안정한 감정이 한데 뭉쳐 숨통을 억세게 짓누르던 그 때.
빗길에 미끄러진 열차가 요동치듯 크게 흔들립니다.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맞는 충격과 함께 일순 힘이 빠져나간 몸이 앞으로 쓰러집니다.
와락,
고꾸라지는 몸을 지탱하듯 누군가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안습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잖아요. 그야 지금 당신의 곁에 존재하는 사람은 레티 뿐인걸요.
레티입니다.
레티가 억센 힘으로 얀시를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지기도 전,
쾅ㅡ!!
선로를 이탈한 열차가, 반대편 선로를 지나치던 열차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품에 안고 있던 국화꽃다발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치 눈송이같은 국화꽃잎은 시야를 긋고 흐드러집니다.
나를 꽉 끌어안은 레티의 체온은 어쩐지 전혀, 따듯하지가 않아서.
그게 또 어쩐지 너무나도 슬퍼서…
...
괜찮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레티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시야가 수몰됩니다. 칠흑같은 어둠이 눈 앞에 쏟아집니다.
왜인지 생경하지 않은 순간입니다.
완전히 정신을 읽기 전,
얀시. 듣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삐ㅡ.
의식과 함께 낙하하는 머릿속에 이명이 들려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그런 이명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지러운 의식을 잠재우듯 귓가에 익숙하고도 다정한 목소리가 섞여들던 탓입니다. "괜찮을거야." …하고.
... ...
... ...
... 깜빡.
얀시는, 눈을 뜹니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것은 무겁게 낙수하는 물방울 소리.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품 안에 안겨있는 백색의 국화꽃다발입니다.
꽃다발은 아까 전 보았을 때보다 조금 더 시들어있습니다.
이렇게 시들면 안 될텐데.
어쩐지 막연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야 오늘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인걸요.

꼭 빗물에 익사할 것만 같이 무겁던 정신을 흔드는 것은 잔잔하고도 담담한 레티의 목소리.
이곳은
열차의 정거장 역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과 동떨어진 것만 같이, 끊임없이 펼쳐진 것만 같은 플랫폼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역입니다.
어느 틈에 하차한 걸까요.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있습니다.
나는 레티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미안해. 내가... 언제 잠들었지? 이상하네. ...


아냐. 그럴 순 없지. 피곤하지도 않은데, 나도 내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어. ...아, 여긴 어디지?

어디긴, 바보야... 저, ...저, 정거장이지. 다음 여-여, 열차 기다리고 있자....잖아.

정거장... 열차... 음...
(눈을 살짝 떴다가 깜빡, 깜빡. 다음 열차...)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네 손을 포개어 잡은 채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는 얀시,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첫번째 정거장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상단에 고정되어있는 [역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

(표지판을 살펴봅니다.)

여느 역마다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표지판입니다
표지판에는 글자가 적혀 있지만, 약하게 긁혀 훼손된 탓에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첫번째 역에서 보았던 표지판에 비해 훼손된 정도가 덜합니다.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인도자... ...의 이름을 호명할 때, 다음 열차가 도착합니다.]
얀시는 첫번째 역에서 레티의 이름을 호명한 직후 열차가 도착했던 것을 떠올립니다.
두 번째 역에서도 레티의 이름을 불러야 열차가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
얀시, 지능 다이스.

기준치: | 85/42/17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얀시는 끔찍했던 두번째 열차에서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참혹한 열차의 사고.
비록 그것이 질 나쁜 꿈이었다 하더라도, 열차사고의 충격 탓인지
다시 올라타고 싶지 않다는 충동이 듭니다.


(주위를 한번 더 살펴봅니다.)
이 정거장에서는, 달리 볼만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
(너에게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입술 안쪽을 꾹 물었다. 다물린 어금니에 힘을 약간 줘보기도 하고, 마른침을 자꾸만 삼켰다.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갑작스럽게 입이 떨어지고나면,)
레티.
(하고, 반사적으로 너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아차, 하는 사이에 이미 늦어버렸다.)

무겁게 허공을 가르는 레티의 목소리는, 어째서 이만큼이나 빗물에 수몰될 듯 참담히 젖어있는지.
얼마 있지 않아, 저 멀리서 세 번째 열차가 빗속을 헤치고 다가와 정차합니다.
열차는 지금까지 승차했던 열차와는 달리 커다란 2층 열차입니다.
두 사람 앞에 멈춰선 열차의 탑승구가 입을 벌립니다.
타고싶지 않아요.
타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다는 근원 모를 충동만이 내 안에 가득합니다.


(...그 손을 잡는데 저도 모르게,) 싫어. ...싫어... 싫어, 레티. ...(하고 애원하는 듯한 말들이 입속에서,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열차 안으로 들어서는 자신의 발걸음이 모순이다.)
(아무도 없는 정거장을 뒤로 하고, 다시 또 열차에 오른다.)

온 세상을 적시는 빗소리. 끝없는 불안와 안정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합니다.
얀시가 열차에 올라타는 순간,
얀시, 듣기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삐―. 아까 전 들었던, 이제는 익숙해진 단말마와 같은 이명이 귓가를 울리고 사라집니다.
다시 버스의 문이 닫히고,
빗속을 스치며 움직입니다.
창 바깥으로 온통 습기뿐인 세계가 스쳐 지나갑니다. 열차는 지금까지의 열차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습니다.
열차 내부에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지만, 입구가 닫혀있습니다.
닫혀있는 입구의 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잠시만, 레티.
(오늘의 목적은 '네가 있는 곳' 에 가는 일. 그러니 이 열차를 타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모르겠다. 자꾸만 그저 가만히 가고 싶지가 않다. 머물 수 없다면 '가만히 가는 것' 외에 무엇이라도 해야만 하겠다.)
나 잠깐 저쪽 좀 보고 올게.
...


(2층 입구로 다가가, 관찰합니다.)

2층 입구는 커다란 자물쇠가 달려있어 문을 열 수 없어보입니다.

2층 입구를 살피려던 얀시는,
관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입구에 가까이 위치한 좌석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것은, 얇은 책입니다. 책자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 같네요.

푸른 색의 표지에는 아기자기한 회전목마 그림이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화려하고도 쓸쓸한 푸른 대낮의 회전목마네요.
제목은 'merry go round'
…메리 고 라운드
회전목마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merry go round
한 사람이 생을 마감하며, 막 망자를 위한 길로 들어서기 직전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흔히 인생의 주마등과 마주하곤 한다.
지금껏 살아왔던 인생이 눈 앞에서 한 차례 영화처럼 펼쳐지는 현상을 주마등 현상이라고 일컫는다.
죽음의 끝에 당도한 산 자여, 그대의 삶이 적어내려간 필름의 길이를 돌아본 적이 있는가.
... ...
책자의 내용을 살핀 얀시는,
급작스런 강한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습니다.
빛도 한줄기 들지 않는 맨 밑바닥의 어둠 속에서, 얀시는 환각을 마주합니다.
환각 속에 삶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가장 슬펐던 순간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 여겼던 반짝이던 삶의 조각과,
어느 순간 내 삶에 끼어들어 뿌리를 내리고 침범한 너
레티와의, 첫만남.
...
빼놓을 수 없는 여러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함께 작업실에서 마주했던 기억,
금세 도망친 레티를 찾았던 기억,
잿소와 물감에 얼룩진 서로의 낯을 보며 웃었던 기억,
처음으로 그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
고조되는 행복감에 젖었던 순간.
...
한동안 빠른 속도로 영상이 스쳐 지나가고 잠시간 필름이 뚝 끊기며 말간 어둠이 지속됩니다.
...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다시금 빛처럼 터져나오는 영상이 하나.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레티와 얀시,
두 사람은 열차를 타고 함께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창 바깥으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보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하며,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체온이 따스한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빗소리의 향연마저 서로간의 마음에 담뿍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쾅―!!
선로를 이탈한 열차가, 반대편 선로를 지나치던 열차와 갑작스레 충돌합니다.
직후 들려오는 것은 커다란 굉음.
쇠가 굽어들고 절단되는 듯한 소름끼치는 금속음.
무언가 터지는 소리, 날아가는 소리, 어딘가에 들이박는듯한 충격.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생생한 통증.
...
쉼없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어두운 화면 사이로 그런 얀시를 한 점 망설임 없이 끌어안는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당신은 강한 힘으로 끌어안깁니다.
아니, '누군가'라고 특정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국화처럼 존재하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늘 얀시를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으며,
알 듯, 모를 듯 온 생애를 다해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이는 누구인가요.
그야...
레티가 아닙니까.
레티입니다.
레티가 억센 힘으로 얀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
암전하는 열차의 내부를 어둡게 띄우며 필름이 또 한 차례 뚝 끊겨나갑니다.
떠오르는 영상의 날짜는…
1년 전의 오늘입니다.
아, 그제야 지금까지 서리가 내린듯 희뿌옅기만 하던 기억 하나가 마치 퍼즐조각처럼 맞달라 붙습니다. 1년 전의 사고가 떠오릅니다.
1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사고의 현장에 존재하던 것은 레티만이 아니었습니다.
레티와 얀시, 두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던 그 참담한 사고의 현장에서,
레티는 나를 끌어안고 죽었습니다.
오로지 나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시켜서요.
... 이건, 주마등인가요?
그래요, 이건 주마등입니다.
인생의 주마등 속에서 사고의 진상을 목격한 얀시는, 이성 다이스를 굴립니다.
(1/3)

기준치: | 70/35/14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쩌면, 짐작했을 일일지도 모릅니다. 레티, 그가 어떠한 이유도 없이 얀시를 찾아오지 않았을 거라고. 그가 사고를 당한 것에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 나는, 나는 그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이성 수치 1 감소.
일순 강한 충격과 함께 주마등이 돌아가던 공간이 산산이 부서져내립니다.
얀시, 듣기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반복되는 삐, 삐, 삐, ...이명처럼 울리는 소리.
무너지는 공간 속에서 들린 소리는 희미했습니다.
꼭 말단부위부터 심장까지 강한 전기가 흘렀다 사라지는 것만 같은 감각.
이윽고 수몰됩니다.
그 조각들과, 끊임없이 퍼붓는 빗소리에 한데 뒤엉켜있던 환각들이 수몰됩니다.
...
귀를 먹먹히 침수시키는 낙수음.
당신은 흔들리는 열차 좌석에 앉은 채 눈을 뜹니다.
기억 났습니다.
떠올렸습니다.
1년 전의 그 날, 레티는 나를 끌어안고 대신 죽었던 겁니다.
...
고개를 돌려 그를 찾아보면, 레티는 창가에 머리를 기댄채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무엇이? 그가 나를 그 순간에 꼭 끌어안았던 것이?)
(아니. 그럴리가. 어떻게 감히 그에 원망을, 또 의문을 던질 수가 있겠는가.
감히 그 크기를, 깊이를 가늠 할 수 없는, 그래서도 안되는, 나에 대한 그의 사랑에 대하여.)
(나의 화살이 향하는 곳은 그쪽이 아니다. 왜. 왜 내가 아니라 그가 죽었는가. 이세상에 그가, 레티, 네가 없는게 말이나 되는가.)
(왜 나는 여기에... 이렇게 멀쩡하게 있는가.)

(너의 옆에 살며시 앉았다. 잠시 두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본다.) 레티... 레티. ... 자?
(나는 네가 깨어나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이대로 영원토록 내옆에서 잠들어 끝없는 선로를 함께 달리기를 바라는 건지. 알 수 없다.)
레티의 이름을 불러보아도, 너무나 깊게 잠들어있는건지 깨어나지 않습니다. 미동도 없이, 그저 잠든 그 자세 그대로 창에 기대어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때,
덜컹
열차가 방지턱을 밟고 흔들립니다.
그러자 짤그랑 소리를 내며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옵니다.

(뭐가 떨어진걸까. 확인해본다.)
바닥을 살피니 회전목마 키링이 달려있는 [작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레티. (나지막히 너를 한번 부르고선 2층 입구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열쇠를 자물쇠에 맞추어본다.)
여전히 잠든 레티를 두고, 얀시는 2층 입구로 다가가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넣습니다.
금속이 맞물려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리고 열차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입니다.

레티, 제발.
... (그냥 널 깨우는 것뿐인데. 왜이렇게 조급하고 불안한건지.)
레티는 좀처럼 잠에 들어 깨어나지 않습니다. 얀시 혼자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막상 너에게로 돌아오니 다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2층 입구를 넘어서 계단을 오른다.)
머뭇거리던 얀시는, 이윽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열차의 2층으로 들어서면, 그 장소는 이상하게도 단촐한 방과 같은 형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차창에서 물기를 머금은 탁한 빛이 터져나와 내부를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내부에는 [책상]과 [책장], 그리고 [침대] 하나가 놓여있네요.

(책상을 살펴봅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책상 위에는 그 흔한 필기도구도, 책도, 사용감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흔한 먼지조차 한터럭 쌓여있지 않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말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책상 한가운데 반으로 접혀 있는 [쪽지]만을 한 장 발견합니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 죽음이 머지 않은 영혼의 길을 인도하는 사자는 생전 그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자의 얼굴로 나타나 여로를 안내한다.

(침대를 둘러봅니다.)
꼭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병실용 침대입니다.
커튼이 반쯤 쳐져있고, 커튼 위로 핀이 꽂힌 명찰 하나가 매달려 있습니다.

명찰에는 [얀시 클리브랜드 님]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뼈를 치고 사라지는 기시감에 휩싸입니다.

(책장을 살펴봅니다.)
책장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지만,
그 어느 것도 얀시가 읽을 수 없는 것들 뿐입니다.
검은 색의 책등만이 마치 밤하늘처럼 빼곡히 즐비합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책들을 훑어볼까요?

(조금 더 자세히 책을 관찰합니다.)
관찰, 혹은 자료조사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책장을 훑어보던 얀시는, 책들 사이에 꽂혀있는 쪽지 한 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 조금 다급한 손길로 쪽지를 펼쳐본다.)
쪽지를 읽어봅니다.
죽음의 이름은 곧 다음 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영원한 안식을 의미한다.
그 안식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사자는 산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세 번의 호명 끝에 산 자는 비로소 망자가 된다.

레티... 레티. 레티... (그의 이름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반복하며 1층으로 내려간다.)
레티?
얀시는, 2층을 더 둘러보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요?

(2층을 한번 더 둘러봅니다.)
커튼에 둘려있는 침대. 커튼 너머로는, 무엇이 있는 걸까요?

(침대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커튼을 걷어내면 드러나는 것은 쓸쓸하기 짝이 없는 병실의 매트리스 침대.
침대 주변으로 즐비한 온갖 의료 장치들…
그 사이에 푸른색 담요를 덮고 누워있는 사람은
입가에 산소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제야 얀시는 형용할 수 없었던 기시감의 정체와 마주합니다.
얀시, 당신이잖아요.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즐비한 갖가지 의료 기계들 틈 사이에서, 산소 호흡기를 뒤집어 쓴 채 실낱같은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은…
얀시, 당신입니다.
이 순간, 듣기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문득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익숙한 기계음이 터져나옵니다.
얀시, 관찰 다이스.

기준치: | 75/37/15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얀시는 병상 옆에 자리하고있는 심전도기록장치를 발견합니다.
기록장치의 모니터 위로 마치 미약한 파도같은, 얀시의 심전도 곡선이 출력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연약하고도 미약한 곡선이요.
얀시, 이어 지능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마지막으로 한번 더, 지능 다이스를 굴립니다.

기준치: | 85/42/17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심전도기록장치를 본 얀시는, 지금까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던 수많은 이명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장치의 기계음이었겠지요.
이제야 확신합니다.
당신을 감싸안고 죽어버린 레티의 희생이 무색하게, 당신은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열차는 무언가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 ...
아뇨, 이 열차의 목적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열차는, 스스로가 수몰되어가는 열차.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타 있는 것은 바로
얀시. 당신입니다.
...
...
어쩐지 몸이 강하게 흔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침침한 시야 너머로 희기만 한 천장이 들어옵니다.
삐. 삐. 삐. 벨이 터지는 소리
장치에서 터져나오는 다급한 기계음 소리
, 위급한 환자의 위치를 알리는 병원의 방송 소리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뭉개지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
...
...
그리고 얀시는, 다시 눈을 감습니다.
...
쏴아아...
고요하고 적막하게 수몰하는 세상을 울리는 빗소리.
낙수하는 빗물은 봄의 끝물에 삶을 모두 피워내고 낙화하는 벚꽃을 닮았습니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주는 손길에 정신을 차리면
어느 새 다시 역입니다.
품에 안고 있는 국화꽃은
이제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시들어 있습니다.

레티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레티. ...내가 누구야?


(시각을 확인하지도 못하면서 시간이 흐른다는 건 느낄 수 있다. 너를 보며 물에 젖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묘하게 도리질치며 일어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도, 플랫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역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까지의 표지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의 긁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제는 온전히 모든 글자들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
..읽어볼까요?

(표지판에 적힌 내용을 읽어봅니다.)
인도자가 인도를 받을 자의 이름을 호명할 때, 마지막 열차가 도착합니다.
..
아, 그래요. 그랬던 겁니다.
얀시는 지금까지 레티가 각 역에서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보면, 꼭 레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뒤에 열차가 도착하지 않았던가요.
그야 당연하잖아요.
저 메시지에 따르면…
인도자는 레티
인도를 받을 자는, 망자의 길에 들어선 자.
죽음의 여로에서 가장 먼저 열차에 올라타있던 자.
바로 얀시, 나인 것을요.


(지금 이 모든 것들까지도.)
레티. (하고 너의 이름을 부른다. 이전 정거장에서, 그리고 또 전의 정거장에서 처럼. 다만, 이번에는 너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네 입술 위에 제 손바닥을 대어 그 입을 가렸다.)
(그리고 자신의 마른 손가락 위로 제 입술을 맞대어본다.)
(끝없이 흐르는 눈물은 제 얼굴을 적시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손가락과 너의 뺨까지 침범한다.)
(이 손을 떼면, 네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렵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고 싶은 말이면서도.)

가야만... 하겠지? 어떻게 생각해? 레티. (잘게 부서지던 제 손의 진동은 큰 곡선을 그리는 떨림이 되었다. 너의 입가에서 손을 느리게 떼어내며 물었다.)

너는, ...너는 정말 바, 바보야. ..그래도, 내 바보지.
모지리. (서로의 이마를 콩 맞대며 눈을 감아내린다.) ...네, 네... 네가, 응, 네가 아직 내 무덤에 오려면- 하.. 한참은 멀었어, 바보야...
모.. 목적, 힉, 목적지가 바뀌었어.
처음에, 내가 마-말했지, 안, 아.. 안전하게, 널 힉, 데... 데려다줄거라고.
나, 나... 나 믿어?


-네가 나를 대놓고 속인다해도, 난 네가 보여주는 모든걸 믿을텐데.

가자, 거.. 건너편 플랫, 흑, 폼까.. 까지 가야해. 네, 네.. 네게 해, 해줄 마, 마... 말도 있고.


이- 있잖아, ...이, 일... 일 녀, 년 전에 우리, 우리가.. 힉, 노, 놀러가는 그 날, 여-열차가 쿠쿵!하고, 부딪혔지. 하, 흐흐! 흐. 너는 마, 말야.. 살았어.
살았거든... 그, 그런데 자-잠만! 잠만 자는 거야, 마-마...마치 겨울잠쥐처럼!
킥킥, 겨울, 겨울에만 자는 것도 아니고... 계속 자-잤다니까 정말로...
그런데, (긴 거리다. 저 반대편에 올라가는 계단이 히끄무레하게 보인다.) 의사들은 자... 자, 자꾸 네가 주, 주..주, 죽을 거라잖아.
자는 것뿌.. 뿐이었는데 말야.... .



그런데 넌 자...잠에서 깨어나질 않았거든. 그래서 하트여왕에게 데려가, 가기로 했어. 그런데... 가는 기, 길이 멀어서... 여, 여.. 열차를 빌렸지.
다른 것들이 널 해, 해치지 못하게, 나..나는 데려, 데려가려고 해, 해, 했는데 말야... 흐흐. 네 이름을 부, 부... 부르는게 지름길이더라고.
... ... . 그런데 네 자, 잠을 깨워줄 수 이..있는, 앨리스가 왔어.
넌 자, 자... 잠에서 깨어날 거야, 겨울잠쥐야. (킥킥거리는 목소리) 꽃, 은... 꼬, 꽃... 들고 이.. 있어?


(어느 때보다 기쁘게,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바보야, 이제 끄... 끄, 끝이야. (킥킥) 이제, 네가 내... 내 이름을 불러야 할 차례야.
그럼, 그럼... 다 끝나.

앨리스에게,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는 없는거지? ...

나는 아, 안, 안 잊을 거야. 너를, 네 이름을. 힉. 이제는, 머-머... 머리도 아프, 프지 않거든. 그래서, 기억하, 할 수 있을 것 같아.
있잖아, 그림, 계... 계, 계속 그리는 거지?

...레티. (목소리는 내지 않은 채 몇마디를 더 벙끗거린다. 다시금 한가득 고인 눈물이 내려, 이미 빗물에 젖은 너의 어깨를 뜨겁게 적시고 만다.)
(다시 목소리를 내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지나고 '내일' 엔, 오늘 못 부른 내 이름을 한번 더 불러줘.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래. 네가 내 이름을 다시 불러주는 그 순간에, 아마도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 같아.
그러니, 꼭 다가와서 그걸 봐줘.
마주안은 어깨 너머로, 안내 표지판이 보입니다. 표지판의 메시지는 우리가 원래 앉아있던 반대편 역의 메시지와 그 내용이 상이합니다.
삶으로의 귀환.
삶으로 인도받을 자가 인도자의 이름을 부르면, 삶으로 향하는 생환 열차가 도착합니다.
레티,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온전히 침체된 죽음의 여로 반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가 젖어듭니다.
바람이 이렇게 세차게 불면, 우산도 소용 없는 법입니다. 그러니 지금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닌 빗물인 겁니다.
...
얼마 있지 않아 역 앞에 라이트를 켠 열차가 한 대 정차합니다.
전명 창에 붙어 있던 열차의 번호는, 0715번.
열차의 출입구가 열립니다.
얀시, 열차에 올라주세요.



얀시가 승차하자, 열차의 문이 닫힙니다.
얀시는 유리창 너머로, 당신을 올려다보는 레티와 두 눈을 마주합니다.

레티가 무어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빗소리에 파묻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그저 속삭일 뿐인 입모양에, 레티에게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열차는 움직입니다.
수몰되는 세계에서,
수몰될 듯 슬프기만 한 열차가 빗길을 가르고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얀시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열차 안.
이 주체 못할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라는 걸까요. 이제 옆자리에 더는 네가 없는데,
너 없는 삶 속에서 나는 억겁같은 하루를 견뎌내며 살아가야 할 텐데…
이 슬픔을 어떻게 씻어내야 한다는 말인가요
넘쳐 흐르는 슬픔에 턱 끝에 맺힌 눈물을 훔쳐냅니다.
뺨 위로 꽃잎처럼 흩어지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냅니다.
입술 바깥으로 침잠되어있던 고통이 터집니다. 많이 보고싶을 거예요.
다시 만나기 전의 수많은 시간을 버텨내며 나는 아주 아주 많이, 당신이 보고 싶을 거예요.
...
눈물에 흠뻑 젖어든 소매는 하얗습니다.
어느 새부턴가 환자복 차림입니다.
무거이 내려간 고개에,
문득 품에 안겨있던 국화 꽃잎 위로 시선이 떨어집니다.
까맣게 시들어있던 국화는 물기를 머금어 생생합니다.
다시 피어난 겁니다.
나의 삶을 향해 되돌아가는 이 열차 안에서 말이에요. 국화는, 붉습니다. 이제 더는 흰 국화가 아닌 붉은 보라빛 국화예요.
...
떠올랐나요?
보라색 국화의 꽃말은,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당신은 품 한가득 국화꽃다발을 끌어안습니다. 그 위에 호흡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냅니다.
...
...
삐, 삐, 삐
익숙하고도 적막한 빗소리, 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기계음에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흰 천장
소독약 냄새. 밝은 빛.
아, 바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이 바로, 레티가 인도해준 나의 목적지입니다.
놀란 간호사의 목소리
커튼을 치고 급히 들어서는 의사의 얼굴
난잡하게 흐드러지는 내 삶의 빛
네가 없는 너의 기일. 내가 살아 돌아온 비내리는 밤의 병실.
눈가에 고여있는 뜨거운 물기 탓에 눈이 아픕니다.
가슴에 담기 벅차고,
감은 눈 아래 떠올리기 힘들고,
그 삶이 짧았기에 찬란했고 슬픈 이름이 있습니다.
안녕, 레티.
한 점 떨림 없이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부르는 것.
END 1. 그것이 내 사랑의 정의였다.
&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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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
(목소리는 내지 않은 채 몇마디를 더 벙끗거린다.)
'영원한 내 사랑. 난 여전히 멋대로 널 사랑해.'
다시금 한가득 고인 눈물이 내려, 이미 빗물에 젖은 너의 어깨를 뜨겁게 적시고 만다.)
(목소리를 내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지나고 '내일' 엔, 오늘 못 부른 내 이름을 한번 더 불러줘.

그러니, 꼭 다가와서 그걸 봐줘.

(울었던 걸까. 아니면 빗물일까. 웃은 낯에 대조적으로 옅게 붉은 눈가가 있다.) ...흐, 내 모지리. 바, 바보야.
"안녕, 사랑했어."
레티가 무어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빗소리에 파묻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그저 속삭일 뿐인 입모양에, 레티에게 무어라고 답을 건네기도 전에 열차는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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